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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드컵 중계, 베테랑은 없고 '아나테이너'만 있다

SBS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단독중계에 대한 불만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양상이다.

중계진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고, 기본적인 경기 내용 전달에 문제점을 드러낸 캐스터와 해설자의 부실한 중계를 질타하는 목소리 뿐 아니라 방송기술적인 미숙함에도 날카로운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SBS의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 내용에 대한 질타 가운데는 중계에 깊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즉, 단순한 경기 상황이나 팀별 최근 성적, 선수별 기록과 정보에 대한 기계적인 전달만이 주를 이룰 뿐 중계진의 경험과 버무려진 다양한 시각의 중계나 경기내용에 대한 분석은 오로지 해설자에게만 의존하고 있는데 해설위원들 가운데서도 이와 같은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축구는 커녕 스포츠 중계 경험 자체가 부족한 캐스터들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의 추축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SBS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남아공 월드컵 중계에 참여하고 있는 SBS의 캐스터진은 박찬민 아나운서, 최기환 아나운서, 김일중 아나운서, 배성재 아나운서, 이재형 아나운서, 윤성호 아나운서 등 총 6명이며 이 가운데 이재형 아나운서와 윤성호 아나운서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SBS 스포츠 소속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모두 월드컵 중계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SBS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에도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 경력이 있는 박찬민 아나운서 정도가 가장 선배이자 베테랑에 속할 뿐 현재 남아공 월드컵 중계진에 합류해 있는 아나운서들 가운데 월드컵 대회를 중계해 본 캐스터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들은 모두 2000년 이후 입사한 아나운서들로서 이들 가운데 SBS 소속 아나운서들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MC들로 이른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라는 별칭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아나운서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SBS 스포츠 소속의 아나운서들이 K리그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국가대표팀의 A매치를 중계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축구라는 단일 스포츠 종목을 치르는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가진 특수성이나 개최지의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를 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닌 과거의 중계화면과 책을 통해 암기하듯 얻다보니 그 내용의 전달도 생동감을 잃을 수 밖에 없고 이를 접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중계의 맥이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고 중계 자체가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 캐스터가 없다 보니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캐스터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하다 보니 방송사고로 비쳐지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축구 중계 경험이 풍부한 편인 SBS 스포츠 소속의 캐스터들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 현지 생중계에 참여하지는 않은 듯하다. SBS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남아공 현지 파견인력을 최소화 했다고 밝힌바 있는 만큼 중계진 역시 남아공 현지에는 한국의 경기 등 주요 경기를 중계하는 일부 팀만이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SBS에는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경험해 본 베테랑 캐스터가 없는 것일까?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SBS에도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돌발상황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베테랑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왜 이번 남아공 월드컵 캐스터진에 포함되지 못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남아공의 불안한 치안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SBS의 남아공 월드컵 중계팀이 이토록 여론의 빗발치는 화살을 맞고 있는 책임이 그들에게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혹시라도 SBS에 그와 같은 능력을 지닌 베테랑 캐스터가 없거나 중계팀에 참여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SBS는 월드컵 중계권을 웃돈을 얹어 사올만큼 '풍부한' 자금력으로 차범근 씨와 같은 명해설자만 영입할 것이 아니라 김성주 씨와 같은 능력있고 경험 풍부한 캐스터도 영입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월드컵은 SBS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스포츠 중계방송 경험과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소위 '아나테이너'들이 월드컵을 중계해 주기를 원했던 축구팬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월드컵 중계가 인기 프로그램이기는 하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같은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이다. 

SBS는 당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를 강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중계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 SBS가 제공하는 중계방송의 수준을 따져본다면 '최고'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SBS가 월드컵 중계방송의 핵심이랄 수 있는 캐스터진의 선정 과정에서 월드컵 중계경험이 전무한 캐스터들을 선정함으로써 그 단계부터 이미 SBS는 시청자들에 대한 약속을 져버린 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