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3차전 경기가 열리기 까지 앞으로 1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리스와의 1차전을 2-0 승리로 이끌며 산뜻한 출발을 한 허정무호는 2차전에서 기대 밖의 3골차 패배를 당하며 일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이내 다시 팀 분위기를 추스려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제 지난 이야기는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허정무호가 생각할 것은 오로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같은 시간 열리는 아르헨티나-그리스전의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게는 나이지리아와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역대 다른 월드컵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1,2차전에서 경고를 받았거나 부상을 당한 선수들을 그리스전에 대부분 벤치에 앉혀두는 대신에 그동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출전 시킨다고 공언하고 있어 그리스와의 경기에 아르헨티나는 1.5군 정도의 팀이 나설 전망이지만 1군이즌 1.5군이든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임을 감안한다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 내지 다득점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대표팀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이기는 축구'를 하되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친다면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고, 더 나아가 8강 이상의 성적 까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관록이나 선수의 구성면에서 보면 분명 나이지리아가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대회 들어 2연패의 부진에 빠져 있는데다 주축 선수들의 징계와 부상으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있는 나이지리아는 한국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언론의 관심은 허정무 감독이 운명의 나이지리아전에 어떤 선수들로 선발 '베스트 11' 을 구성할지, 그 가운데서도 박주영과 짝을 이뤄 공격 선봉에 설 파트너로 염기훈과 이동국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지에 모아져 있다.
현재 대다수 언론의 예측은 지난 두 차례 경기에서와 같이 박주영-염기훈 조합이 나설 것으로 보고있지만 과거 아프리카 팀들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동국의 선발 출장을 점치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이동국이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은 거의 100%에 가깝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 상황을 미리 예측해 본다면 여러가지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번 경기는 선발 베스트 11도 중요하지만 교체 선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득점 없는 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이거나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조커'의 투입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통상 조커의 투입은 후반전 15분 경과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을 투입하면서 그에게 10여분 정도의 시간만을 뛰도록 했다. 그러나 이동국을 투입한 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이미 경기의 결과가 굳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허 감독이 이동국을 염기훈이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놓쳤을 때 곧바로 이동국이나 안정환을 투입했다면 경기의 흐름은 염기훈이 계속 뛰는 상황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허 감독이 염기훈에게 계속 기회를 주었던 이유가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에서 박지성을 교체시키기 직전에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렸던 상황을 떠올린 결과였을 수도 있겠지만 박지성의 경우와 같은 상황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지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토고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0-1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았다.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전 시작하자 마자 수비수 김진규를 빼고 조커로 안정환을 투입했고, 후반전 초반부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토고의 수비진을 흔들던 안정환은 후반 9분 이천수의 동점골이 터진지 18분만에 천금과 같은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반면 스위스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 안정환은 후반 18분에 교체 투입됐지만 끝내 득점을 올리는데는 실패했다.
이처럼 조커의 역할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 외에 팀이 원하는 '한 방'을 빠른 시간 안에 터뜨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조커에게도 경기 분위기에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이 교체되자 마자 골을 터뜨리는 일이 빈번한 데 비해 한국 선수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나이지리아 전에서 통상의 교체 타이밍보다는 빠른 교체 타이밍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