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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크로캅을 하이킥으로 침몰시킨 곤자가의 비운



미르코 크로캅의 UFC 데뷔는 당시 일본 격투기에 큰 관심이 있었던 우리나라에선 큰 화제였다. 표도르를 정점으로 노게이라와 크로캅, 조쉬 바넷의 4천왕이 PRIDE 헤비급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었고 그 중에서 가장 시원한 경기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를 자랑하는 크로캅은 훌륭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한 집단의 넘버 2가 다소 허술 해 보이는 UFC의 덩치들을 쓸어버릴 것이란 전망을 했다. 고국 크로아티아에선 국회위원을 지냈고 그를 이용한 축구팀까지 나오면서 그야말로 정상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는데.

크로캅이 UFC 데뷔전에서 에디 산체스를 1라운드 4분 33초 만에 물리치자 당연하다는 반응이었고 오히려 생각보다 오래 끌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음 경기에선 다소 허우대만 멀쩡해 보이는 가브리엘 곤자가와 상대하게 되자 또 다른 샌드백의 출연처럼 보였다. 비록 7승 1패의 수려한 전적이지만 작은 단체에서 쌓은 기록이 많았기에 다소 무시 할만 했고 랜디 커투어와의 타이틀 경기를 위한 희생양이란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웬걸, 크로캅은 그의 주특기인 하이킥, 혹은 헤드킥에 맞아 실신했고 발목이 꺾이면서 많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의 팬이 특히 많은 크로아티아, 대한민국, 일본에선 경악을 금치 못한 이들이 많았고 필자도 그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UFC의 체격 좋은 강자들과 만나면 일본에서 세계 4강으로 꼽히던 이들도 쉽게 약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했는데 그것이 귀신처럼 맞은 게 아닌가.

크로캅을 불꽃같은 하이킥으로 잡은 가브리엘 곤자가는 승승장구 할 것처럼 보였지만 랜디 커투어와의 타이틀 경기에서 패했고 파브리시오 베흐둠에게 잡히면서 다소 힘이 꺾였다. 이후 2연승을 거뒀지만 신성처럼 등장한 쉐인 카윈을 제압하지 못하면서 UFC 헤비급에선 중간급 선수로 확실하게 분류된다. 다음 경기에선 크리스 터시어러를 잡으면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주니어 도스 산토스에게 1라운드에 무너져버렸고 지난 UFC 121회 대회엔 브렌댄 샵에게도 3라운드 내내 밀리면서 판정패를 당해 총 전적 11승 6패, UFC 내에선 7승 5패를 기록했다. 경기 후 UFC 사장 데이너 화이트는 티토 오티즈와 가브리엘 곤자가에게 실망했다는 의견을 밝혔고 결국 곤자가는 UFC에서 퇴출되고 만다.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달인으로 문디알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던 곤자가는 미르코 크로캅을 잡고 도전권을 얻어 2007년 8월 랜디 커투어의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했던 엄청난 강자였지만 3년 만에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고 말았다. 당시엔 크로캅이 곤자가를 잡고 커투어를 무너뜨릴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었지만 2010년 현재는 레스너에 이어서 케인 벨라스케즈의 시대가 열렸고 크로캅은 은퇴시기를 정할 분위기이며 곤자가는 퇴출되고 만 것이다. 곤자가는 퇴출된 후 지금으로선 주짓수만 열심히 하고 싶단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링은 외로운 공간이다. 크로캅을 잡으면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던 곤자가에게 있어 3년 만에 수많은 것들이 변한 건 경쟁이란 녀석이 보인 또 다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는 그가 선택한 길이고 언젠가 올 일이었다. 곤자가는 만 31세의 젊은 나이이며 격투기를 하면서 쌓은 명성을 이용한다면 이후의 일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부침이 심한 분야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의 사례를 보면서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젊은 나이에 경험을 쌓고 인생에선 궁극적인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링에서 승부만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타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