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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명가의 몰락' K-1의 총체적 위기


한 때는 국내 케이블 시장에서 인기프로인 ‘킬러 컨텐츠’로 구별되면서 공중파에서도 방영되기도 했고 사상 최고 케이블 시청률을 올렸던 K-1은 최근엔 과거와 다른 분위기이다. 두 번째 시장인 대한민국에서 방영권이 대폭 위축되었고 일본 현지에서도 출범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K-1의 모회사 FEG에겐 K-1, MAX라는 입식타격 리그와 DREAM이란 종합격투기가 있는데 시청률이 모두 다 하락하는 상황이다. 일본 격투기는 미국식의 유료시청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수익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공중파와 이벤트 입장관중에 의지하는 상황이기에 그렇게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 11월 초에 있었던 경량급의 타격대회 MAX는 7.6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시청률만 따진다면 미국에선 꿈과 같은 수치겠으나 문제는 격투기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적으나 더 많은 돈을 쓰는 미국과 다르게 일본의 시청자들의 관심은 채널을 돌리면서 격투기를 보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에 방송사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본 격투기의 시청률이 낮은 경우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미 DREAM은 대회의 축소와 2회의 생방, 4회의 새벽 녹화방송으로 편성이 바뀐 상태이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핵심인 K-1도 일본인 헤비급 강자가 없는 터라 지난 16강 대회 역시 시청률도 낮았고 대한민국에서도 역시 흥행부진이 심각했다. 일본에서도 흥행이 모호해서 대한민국을 찾았으나 과거와 다른 분위기만 확인했을 뿐이다.


지난 MAX 대회는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격투가 조르지오 페트로시안이 화려한 기량을 보였지만 일본의 일반 팬들은 별 관심도 없었기에 웬만하면 10을 넘던 시청률은 7.6으로 대폭락하고 만다. 이런 사태를 미리 짐작한 FEG 측에선 물을 흐린단 비난에도 불구하고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사토시 이시이의 종합격투기 경기를 포진시켰으나 12.6의 시청률로 평균을 끌어올리면서 선전했을 뿐, 나머지 경기들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토시 이시이의 경기도 체급이 맞지 않는 시바타 가츠요리로 상대를 내정했기에 이미 승부는 뻔했다.


경량급 입식타격의 MAX가 인기를 상실한 데엔 간판스타 ‘마사토’의 은퇴가 치명적이었다. 그가 떠난 후 일본의 일반팬들은 나머지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입식타격의 최고는 K-1과 MAX이지만 아무리 세계적인 기량을 보이더라도 자신들과 이질감이 크면 다른 분야로 채널을 돌리기에 최근 일본 격투기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FEG는 12월 31일 펼쳐지는 연말대회를 슬슬 홍보하고 있는데 전통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대회를 펼치며 현재로선 13경기를 계획 중이라 한다. 그러나 격투기의 본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흥행이나 이슈 중심이다. 이번 대회는 모두 종합격투기 경기들만 한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종합격투가와 입식타격가의 종합격투기 대결도 많단 점이다. 파격은 좋으나 너무 자주하면 정체성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너무 상황이 심각하기에 단기적인 부양책마저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가장 확실한 불황타개책은 스모의 요코주나 출신으로 올해 폭력설로 인해 은퇴해야 했던 아사쇼류의 데뷔라 하겠다. 그가 격투기로 들어온다면 밥샙, 아케보노, 최홍만 등으로 이어지는 일반 대중들의 시선끌기가 다시 한 번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들이 단체의 색깔을 흐리면서 2010년 연말 현재와 같은 모호한 정체성이 만들어지기도 했기에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시청률로는 아사쇼류와 사토시 이시이의 대결이 가장 파괴력이 클 것이기에 일단은 둘의 맞대결을 위해 K-1측이 최선을 다 할 걸로 보인다. 다만 정서적으로 우리와 갈수록 멀어진다는 점은 비록 일본 격투기이긴 하지만 가까운 리그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현실론으로 본다면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