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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 5연승' 김동현이 써가는 새로운 역사


최근 UFC에선 오카미 유신이 독일 대회에서 메인이벤트를 차지해 예상을 깨고 승리한 것을 제외하곤 동양선수들의 부진이 심각하다. 아시아의 스타라는 고미 다카노리도 UFC 125에서 패했고 가장 인기 많은 스타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도 UFC에 가게 되었으나 최근 기량으로 볼 때 정상 등극은 요원해 보인다. 우노 카오루, 고노 아키히로, 나카무라 카즈히로, 초난 료 등은 성적부진으로 인해 퇴출되었고 추성훈 선수도 일본에선 엄청난 배려를 받았으나 UFC에선 1승 2패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 5연승을 거두고 있는 김동현 선수의 업적은 참으로 놀랍다. 비록 ‘스턴 건’이란 화끈한 별명과 달리 판정승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상대들의 수준이 일본과는 다르며 승리는 승리이기에 요즘 동양 선수들의 분위기와는 다른 이례적인 경우라 하겠다.

김동현 선수는 일본의 중소규모 단체에서 엄청난 이력을 만들어갔지만 일본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스타는 아니었으나 미국에 가서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일본의 스타들보다 훨씬 더 좋은 위치를 이뤄냈다. 그 과정은 힘들었고 아직 완성도 아니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일본 스타들도 부진할 정도이니 지금 현재만으로도 대단하며 새 역사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동현 선수는 경기 후 재미있게도 웰터급 최강자 ‘GSP' 조르쥬 생 피에르를 불러냈다. 조르쥬 생 피에르는 2010년까지 총 세 번째로 '로저스 스포츠넷'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힌 캐나다의 영웅으로서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로 많은 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앤더슨 실바처럼 체급 내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이다. 상대가 없기에 아예 체중을 조절해 실바와 피에르의 대결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둘은 자신의 체급의 절대맹주이다.

GSP까지 가기엔 넘어야 할 벽이 적진 않으나 5연승을 거뒀기에 도발할만한 근거는 충분하다. 물론 타이틀 구도에 있는 조쉬 코스첵, 댄 하디, 티아고 알바레즈 등과도 자웅을 겨룰 수도 있겠지만 워낙 대진에 변수가 많고 과거 부상으로 인해 취소되었던 댄 하디와의 대결설은 원래 도전자 결정전 성격도 있었기에 웰터급 타이틀 도전은 완전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경기 후 야유를 받았는데 이는 외국인이고, 승부가 사실 일방적이지 않았기에 자국의 선수가 패했다는 것에 분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예전부터 필자가 강조한 부분인 영어 인터뷰를 했다는 건 매우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환호를 받든, 야유를 받든 인지도 상승은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흥행을 모토로 삼는 UFC에겐 상품성을 좀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태업을 일삼거나 일방적인 승리 후 포르투갈 말을 쏟아내는 앤더슨 실바에게 미국 팬들이 야유를 붓는 것은 약간 악당처럼 보기 때문이다.

미국 팬들은 일본 팬들에 비해서 과격하고 선수들을 존중하는 면이 덜하지만 그들의 자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가 나오니 완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영어를 쓰면서 최강에게 도발을 감행하는 건 매우 좋다고 여겨진다. 서양인들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기에 할 말은 하는 게 좋다.

비록 화끈한 승리가 아니라서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정도만 하더라도 동양인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눈부신 이력이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이런 결과를 낸 그의 캠프 사람들에게도 칭찬이 갔으면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해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 팬들도 화끈한 KO가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과거 기사들이나 팬들의 여론으로 최홍만, 추성훈 선수는 상품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이는 결국 격투기의 인기하락과 맞물렸다는 것을 본다면 선수에게 좀 더 칭찬을 가하고 기운이 빠질 말은 절제했으면 어떨까 싶다.

<사진=www.uf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