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가들이 친구와 같은 동료 선수들과의 경기를 피하는 분위기는 꾸준하게 존재했고 어느 정도 내부에서 존재하던 이 문제는 최근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존 존스와 도장 선배 라샤드 에반스 간의 대결이 확정된 뒤 인간적인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들이 속했던 그렉 잭슨 아카데미나 또 다른 도장 익스트림 커투어, 아메리칸 탑 팀,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 등에서도 이런 문제는 늘 존재해왔기에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작년 조쉬 코스첵과 존 피치의 대결을 앞두고서도 이야기는 있었다. UFC의 매치 메이커 조 실바는 팀원들 간의 미묘한 문제를 가급적이면 피하기 위해서 대결을 미뤄왔으나 한 체급 당 40~50명 정도의 선수들이 있고, 그 중에선 팀 동료끼리 타이틀 구도에 있는 경우 도저히 피할 수 없기에 둘을 대결시켰다.
익스트림 커투어의 에반 두햄은 타이슨 그리폰과 대결하게 되자 선배 그리폰을 위해 다른 훈련소를 택했고 UFC 83회 대회를 앞두고서도 주짓수 지도자 존 대내허는 맷 세라와 조르쥬 생 피에르 중 한 명을 택하면서 세라를 선택한 적이 있었는데.
존 존스를 동생처럼 여겼고 형제끼리 싸우지 않을 걸로 생각했던 라샤드 에반스는 대결이 확정되자 지도자 그렉 잭슨에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존 존스를 가르치라고 독설을 퍼부었고 캠프를 따로 차렸다. 그렉 잭슨은 중립을 지킬 것을 천명했기에 일단 지켜봐야 할 일이다.
존 존스와 라샤드 에반스의 대결에 대해서 스트라이크 포스 챔피언 닉 디아즈도 한 마디 거들었다. 네이트 디아즈, 제이크 쉴즈, 길버트 멜렌데즈와 같이 훈련하는 닉 디아즈는 혈맹과 같은 자신들과 달리 존스와 에반스는 그 정도로 친하지도 않았기에 그럴 수는 있지만 만약 자신들의 팀원끼리 싸우게 되면 너무도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몇몇은 종합격투기가 팀과는 별개인 개인 대결이라 말하지만 다른 이들은 팀의 훈련 없이는 기량발전이 쉽지 않으므로 적어도 이런 대결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상황은 복잡하다. 결국 팀의 가치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국 스포츠에선 팀이 특히 많은 의미를 띄기에 과거 IFL 같은 단체는 아예 팀 간의 대결로 컨셉을 잡고 출발하기도 했다. M-1의 국가 간 챌린지 대회도 팀 대항전으로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해 격투기에서 이런 팀 간의 대회는 큰돈이 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UFC로서는 팀보다는 개인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만약 거대 스폰서가 팀으로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현재 UFC의 사업 형태는 매니아들이 적잖은 돈을 유료시청채널 구매에 쓰는 방식이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UFC는 선수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시스템이고, 개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야 매출이 높아지기에 팀동료란 입장이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경영주의 결정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대결해야 한다. 이에 에반스도 인간적으론 아쉬울 수 있겠지만 어차피 퀸튼 잭슨이나 본인이 라이트 헤비급에서 흥행이 되는 카드인 만큼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사진=www.ufc.com>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