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132회 대회는 원래 BJ 펜과 존 피치의 대결이 메인이벤트였으나 둘 다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소 혼선이 있었다. 메인이벤트가 바뀐 만큼 다소 김이 빠져 보일 수도 있었지만 대회가 종료된 뒤 현지에서의 반응은 꽤나 뜨겁다. 라이언 베이더를 잡은 티토 오티즈의 예상을 깬 승리와 도미닉 크루즈와 유라이어 페이버의 밴텀급 타이틀 경기가 화제이기 때문이다. 그와는 달리 우리에겐 김동현 선수의 패배가 너무도 안타까웠던 UFC 132회 대회였다.
티토 오티즈가 라이언 베이더를 ‘길로틴 초크’로 잡은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티즈에게 망신을 줘서 퇴출시킬 의도가 엿보인다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벼랑 끝에 몰린 늙은 사자가 젊은 사자를 이겨버린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티토 오티즈는 ‘오늘의 서브미션’ 상을 수상하면서 퇴출의 위기에서 부활까지 성공했다. 앞으로 챔피언까지 가는 건 다소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명예로운 마무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미닉 크루즈와 유라이어 페이버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명승부를 보였고 크루즈는 2007년 서브미션 패배를 복수하면서 총 18승 1패를 기록했고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 이와 달리 반달레이 실바는 크리스 리벤에게 무참하게 27초 만에 패했고 경기 후 후배가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도끼 살인마’와는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김동현 선수의 패배는 참으로 아쉽다. 그를 플라잉 니킥으로 1라운드 2분58초 만에 꺾은 카를로스 콘딧은 지금은 없어진 WEC란 단체의 마지막 웰터급 챔피언으로 2006년 7월 이후 11승 1패이고 최근 3연승을 거둔 강자였다. 그러나 충분히 승산 있었고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는 선수는 향후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할 분위기였기에 김동현 선수에겐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승패의 기로에서 운명이 갈리는 것처럼 승자 콘딧은 ‘오늘의 KO’ 상까지 받아 보너스까지 챙겼고 향후 타이틀 도전 가능성이 꽤나 높아졌다.
콘딧은 김동현 선수의 장점인 그라운드보단 원거리 타격으로 견제했고, 김동현 선수는 타격에선 소극적인 반면 테이크-다운 후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가드가 다소 약해 간헐적으로 타격을 허용했고, 한 차례 테이크-다운이 성공했지만 결국 플라잉 니킥에 이은 펀치 연타로 2분 58초에 승부가 나고 말았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연승을 이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상대들의 수준도 높으며 순식간에 나온 플라잉 니킥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일본에선 타격에 일가견이 있단 평가를 받았지만 상대의 수준이 좀 더 높은 미국 무대에선 그라운드에서 꽤나 강점을 보였기에 이번에도 같은 맥락을 이어가려 하다가 일격에 당한 걸로 보인다.
그래도 김동현 선수는 이번 패배를 향후 웰터급 챔피언으로 가는 보약으로 삼아야 하며 한 번의 패배 후 연이은 부진으로 가지 않도록 끊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 존 존스에게 첫 패배를 당했던 라이언 베이더가 이번에 티토 오티즈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한 것처럼 연승가도를 달리던 선수가 한 번 꺾인 뒤 다음 경기는 불안한 편인데, 김동현 선수로서는 2연패 후 복수에 성공한 정찬성 선수처럼 분위기 반전이 꼭 있어야 하겠다.
대한민국 간판 파이터로서 부담도 많이 되었고, 실제 언론의 관심도 컸기에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적에 가까운 5연승을 거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이번 패배를 딛고 다시 연승을 이어가는 김동현 선수를 기대하고 같이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