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시오 베흐둠과의 일전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서로의 강점을 경계하면서 다소 졸전으로 경기를 마무리 한 알리스타 오브레임이 본인의 경기에 대한 사과를 했다. 오브레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KO를 시키려고 했고 4개월 간 강훈련을 겪었습니다. 팬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못해 실망시켜드려 사과합니다. 그래도 춤을 추려고 하더라도 박자가 맞아야 하죠. 경기 중 제가 시도했던 테이크-다운 횟수를 한 번 세 보세요. 베흐둠은 입식타격으로 가고 싶지 않아했기에 어쩔 수 없었어요. 저도 이겼지만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UFC 소속이 아닌 선수들 중 헤비급 8강을 모아서 나름 화제를 모았지만 결과가 다소 실망스러웠기에 소문난 잔치에 별 것 없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토너먼트 자체가 현지의 일반팬에겐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반면, 전세계 격투기 매니아들에겐 화제가 되던지라 거센 역반응이 많이 표현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도 있다. 표도르가 급하게 따라갔다가 베흐둠의 트라이앵글 초크에 무너지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오브레임의 입장에선 그라운드는 강한 반면 타격이 약한 베흐둠을 상대로 당연히 입식타격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대로 베흐둠의 입장에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그라운드 지옥으로 상대를 유인해야 했다. 둘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소극적인 경기가 나왔고 경기 판정으로 본다면 좀 더 공격적인 오브레임에게 승리가 갈 수밖에 없던 것이다.
팬들의 입장에선 화끈한 승부가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수의 입장으로 본다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한 부분에 강점에 있다면 그것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므로 양 선수 모두 자신의 장점에 상대를 끌어들이다가 다소 무미건조한 경기가 나왔던 것이고 상성 상 맞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과거 표도르가 베흐둠의 장점에 너무 쉽게 들어가서 당한 것이 문제였다고 본다.
그래도 오브레임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일단 이겨서 토너먼트 4강에 올라갔다는 것, 그리고 부상이 없이 마무리 했다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오브레임은 다음 라운드에서 안토니오 실바라는 복병과 상대해야 하며, 실바가 타격에서도 일가견이 있기에 이번 대결에서 나왔던 승부의 미지근함은 없을 걸로 생각된다.
조쉬 바넷에 대한 반응 또한 달라졌다. 바넷이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키면서 전략적인 우위를 보였고 부상당하지 않는 영리한 경기를 펼치면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이자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비난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우승후보답다는 격찬을 받기도 하는데.
당일 컨디션, 상대와의 상성, 경기장 및 주변 분위기 등의 여러 변수가 있음에도 단 한 경기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오브레임이 비록 실망시키긴 했지만 그게 문제라 한다면 이미 적잖은 이들이 예상했던 지루한 승부가 실제로 벌어졌기에 경기를 만든 주최측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하겠다.
오브레임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뒤 사과하면서도 상대에게 화살을 은근히 돌렸지만 베흐둠도 팬들에게 화끈함을 선사한단 미명 하에 오브레임에게 유리한 위치를 무작정 줄 수는 없었다. 결국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시도하고, 이기려고 노력하다가 경기 과정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이니까. 이번에 실망시킨 선수들에게 아쉬움은 있겠지만 한 경기만으로 평가하기보단 토너먼트 전체를 보거나 최근 몇 경기를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옳은 해법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