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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WWE를 노린다는 최강 여성 격투가?

 최근 미들급 챔피언 자리를 내놓고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를 떠난 크리스테인 '사이보그' 산토스가 다시 한 번 WWE 진출설을 흘렸다. 경기가 1년 넘게 없던 상태에서 계약 여부를 놓고 단체와 이견이 있다가 UFC의 모기업인 ZUFFA가 스트라이크 포스를 인수한 뒤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상태에서 나온 다음 행보이다.


2009년 8월 15일, 미모의 파이터 지나 카라노를 꺾고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산토스는 여성 격투기 최장자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인지도에서 차이가 났기에 타이틀 경기에선 챔피언 지나 카라노의 대전료 1/5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받았고 챔피언에 오른 뒤엔 카라노와 동급 대우를 요구했지만 흥행에서 부진했기에 주최측에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산토스는 2010년 6월 26일 잰 핀네이와의 경기 후 부상 때문이 아님에도 1년 가까이 경기가 없었지만 팬들의 궁금증도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팬들은 그녀의 방어전보단 지나 카라노의 복귀여부에 관심을 더 쏟았고, 이는 단체로서도 동급 대우를 해줄 수 없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타이틀 반납 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중에 나온 WWE 진출설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자면 쉬운 길은 아니다. 격투기에서 유명하지만 실제 미국 내 인지도는 높은 것도 아니고, 이미 승부가 사전에 합의된 프로레슬링이야 말로 돈이 되는 스타는 미모 위주로 선발하는 편인데, 미녀 파이터 지나 카라노가 과거 Elite XC라는 단체에서 많은 돈을 받지 못할 때에도 데려가지 않았던 WWE로선 흥행성이 약한 산토스를 따로 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다.


산토스가 프로레슬링과 격투기의 차이를 넘을지도 알 수 없다. 양 분야는 사업구조상으론 유사한 면도 있지만 상대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격투가와, 상대의 공격을 받아주는 능력이 중요한 프로레슬러는 어떻게 보면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산토스가 격투가로서 일가를 이뤘다 하더라도 프로레슬링의 공격을 받아주는 접수능력이 뛰어난지 알 수도 없고, 영어도 어설프기에 WWE에 갈 가능성은 많지 않다.


고민 중이라는 새로운 진로 WWE도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다. 실력파 선수들보단 미모 위주로 중용되는 편이며 남성 선수들의 방송에 끼워진 코너와 같은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현재 가장 기술이 좋다고 평가되는 게일 김의 경우엔 아예 개인 트위터를 통해 드러내놓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이고 지난 주엔 경기에서 빠져나갔지만 별 관심도 받지 못했다는 작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생계가 어려운 여성 선수들 중엔 프로레슬러를 포기한 이들도 부지기수이며, 한 때 최고의 무대란 일본의 여성 프로레슬링 리그는 최근 너무도 부진한 상태이다. 산토스로서는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은 게 사실이다.


남성과 여성 격투기의 위상은 너무도 다르다. 미국에서 남성 격투기는 유료시청채널에서의 흥행, 그리고 젊은 남성팬들의 대거 유입으로 2005년 이후 흥행에서 성공하면서 대전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지만 여성 격투기는 아직 그 정도 단계까진 가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많진 않아 보인다. 스포츠를 보는 남성들의 관심도는 여성의 미모를 향하고, 여성들이 격투기를 본 것 역시 지나 카라노에 대한 궁금증이었을 뿐, 산토스에 대한 관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란 말을 한다. 그러나 대중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더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실력파 파이터 사이보그 산토스가 아깝게도 그런 비운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