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시즌 프리미어리그가 한국시각으로 8월 15일 저녁 8시 45분 첼시와 헐시티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열어 내년 5월 9일까지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인 선수 네 명의 활약상을 기대함과 동시에 여느 때보다 더욱 치열해질 우승경쟁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화려한 여름이적시장 등 볼거리가 많아진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감상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1. 우승경쟁
클럽 역사상 두 번째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잉글랜드 1부리그 역사상 최초의 리그 4연패에 도전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빈 자리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건이다. 강력한 수비가 건재하다고 볼 때 역시 맨유의 이번 시즌 포인트는 공격진에 있다. 마이클 오언의 부활과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활약이 필요하고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도 클 수 밖에 없다.
맨유에게 1부리그 최다우승의 타이기록(18회)을 허용한 리버풀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절대적인 라이벌 맨유에게 최다우승의 기록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특히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한 우승컵을 이번에는 반드시 가져오고 싶은 리버풀이다. 그렇지만 페르난도 토레스와 스티븐 제라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리버풀의 약점이고, 마드리드로 떠난 플레이메이커 샤비 알론소의 대체자인 이탈리아 국가대표 미드필더 알베르토 아퀼라니의 프리미어리그 적응도 시급하다.
AC밀란의 카를로 안첼로티에게 지휘봉을 맡길만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마른 첼시이긴 하지만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기도 하다. 러시아 국가대표 유리 지르코프를 영입하며 왼쪽 측면을 보강한 것을 제외하고 이적시장에서 큰 움직임은 없었는데 디디에 드록바, 프랭크 램파드, 미하엘 발락, 존 테리 등 기존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다. 다만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주전 라인업의 평균연령은 부담을 주는 요소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최고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첼시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란 의미가 된다.
콜로 투레가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며 아스날에는 2004년 무패우승 당시의 주전멤버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아스날의 시작이라는 의미와 함께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잔디 위에 축구의 미학을 펼치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철학은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 것이다. 엠마뉴엘 아데바요르의 공백과 전성시절에 비해 약해진 수비는 해결과제이다. ‘빅4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점을 보여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에도 최소한 4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2. 빅4에 대한 도전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리그의 절대 강호란 명분과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란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가 바로 리그 4위 입성이다. 이른바 ‘빅4’에 대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인데, 지난 시즌 내내 4위 이내에 머무르다 리그 막판 순위가 쳐진 아스톤 빌라는 팀의 엔진 가레스 배리가 떠난 자리를 10대 유망주 파비안 델프로 보강하는데 성공하였고, 공격의 핵 애쉴리 영을 지키고 있는 한 충분히 상위권 도약이 가능한 팀이다. 다만 엷은 선수층은 아킬레스건이다.
한때 최고의 빅4 도전자였던 토트넘은 해리 레드납 감독의 마법을 기대하고 있고, 팀의 재정이 취약하며 선수 보강에 약세를 보이는 전통의 강호 에버튼 역시 데이빗 모이스 감독의 용병술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빅4의 아성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역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태풍의 눈은 맨시티이다. UAE 왕가의 막대한 부가 투입이 되며 일약 세계에서 가장 이적자금을 많이 쓸 수 있는 구단이 되었고, 지난 시즌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이번 여름 역시 선수 영입을 위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존의 호비뉴에 더해 카를로스 테베즈와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그리고 로케 산타 크루즈까지 더해진 공격진은 세계 최고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고, 수비진과 미드필더 보강을 위한 탐색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유럽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리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시즌 ‘빅4’의 철벽이 무너진다면, 그 주인공이 맨시티일 가능성은 매우 크다.
3. 강등 탈출 경쟁
지금 시점부터 강등 경쟁을 말하는 것은 이르지만 그래도 시즌이 끝날 때 세 팀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일단 승격한 세 팀(번리, 버밍엄시티, 울버햄튼)이 후보가 되겠지만 지난 시즌 미들스브로나 뉴캐슬과 같이 기존 프리미어리그의 터줏대감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헐시티와 스토크시티에게도 방심은 금물이다.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관심거리이다.
4.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의 활약상
이번 시즌에는 무려 네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각각의 활약도 기대되고 이들의 맞대결은 국내팬들에게 커다란 흥미를 주는 빅매치가 된다.
호날두가 떠나며 팀내 비중이 더욱 커진 박지성은 커뮤니티 실드에서 볼 수 있듯이 맨유의 확실한 주전선수이다. 안토니오 발렌시아, 나니 등과 벌일 경쟁에서 확실히 이겨내며 더욱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최대한 많은 공격포인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임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풀럼의 설기현에게 그에게 주전을 허락하지 않은 로이 홋슨 감독 아직 버티고 있다는 점은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다. 다시 돌아온 팀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유로파 리그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성공하였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팀에 융화되고 있는 위건의 조원희는 그를 데려온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떠난 아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감독의 지휘 아래 기회를 잡았을 때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장점인 커팅을 비롯한 수비적인 역량을 강화한 이후 공격적인 면모를 추가하는 방향이 좋을 듯 하다.
드디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막내, 볼튼의 이청용 역시 리그 적응이 중요하다. 팀에 합류한 시간이 길지 않아 언제쯤 출격할 것인지 예상이 어렵긴 해도, 일단 경기장에서 나서면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속도와 치열한 몸싸움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고 언어의 습득도 필요하다. 그의 재능이라면 이번 시즌에 몇 번이라도 빛을 발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