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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스의 기질 - 루이 반 할(바이에른 뮌헨 감독)

[사진 = 반 할 감독 (C) commons.wikimedia.org]


독일 분데스리가 09/10 시즌이 지난 주말 개막하여 9개월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즌 만화같은 성공 시나리오를 쓰며 전반기를 1위로 마친 1899 호펜하임과 클럽 역사상 최초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VfL 볼프스부르크가 기존의 분데스리가 판도를 뒤흔들며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즌을 주도했었습니다.
올해에는 리그의 지배자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 복귀와 타 클럽들의 대혼전이 이슈로 떠오르며 또 한번의 재미있는 시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이에른을 제외한 각 팀들의 전력평준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분데스리가의 시즌 초기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각 팀의 감독자리가 많이 바뀐 것입니다.

1위 볼프스부르크  - 아민 페 (06/07 슈투트가르트 우승)
2위 바이에른 뮌헨 - 루이 반 할 (08/09 에레디비지 AZ 알크마 우승)
5위 함부르크 SV  - 부르노 라바디아 (08/09 레버쿠젠 9위)
8위 샬케 04        - 펠릭스 마가트 (08/09 볼프스부르크 우승)
9위 레버쿠젠       - 요세프 하인케스 (97/98 레알 마드리드 감독)

이 중 FC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2번 라 리가를 점령한 경험이 있고 작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서 예상치 못한 우승을 일궈낸 루이 반 할(Louis Van Gaal) 감독의 보스 기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51년 생인 반 할 감독은 94/95 시즌 아약스 암스텔담을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며 명장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FC 바르셀로나에서 2번의 라 리가 우승을 일궈내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유럽대항전의 성과가 필요한 바이에른...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대륙에서도 인지도와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빅클럽에 속합니다.
매 시즌이 시작되면 항상 자국리그 우승 0순위에 유럽대항전에서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뮌헨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분데스리가의 지배자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07/08 시즌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뮌헨은 지난 시즌엔 유르겐 클린스만 이라는 젊은 감독체제로 명가의 부흥을 노렸지만 새로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리그에서도 어렵게 2위라는 성적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하고자 뮌헨 보드진이 꺼낸 카드는 훌륭한 선수들의 영입과 더불어 루이 반 할 감독이라는 우승 청부사에게 팀의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빅 보스의 면모...

반 할 감독이 새로운 지도자로 뮌헨에 입성한 후 시작한 첫 일은 선수단의 체질 개선이었습니다.
모든 포지션을 통털어 훈련에서의 성과와 코칭스테프의 판단으로 새로운 베스트 멤버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언론에 표명한 것입니다.
기존의 주전 선수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고 새로이 뮌헨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자존심이 강하고 이미 스타플레이어였던 몇몇 선수들에게 이러한 처우가 부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습니다.
브라질 대표팀 주장이자 주전 수비수였던 루시우는 경쟁에 의한 선수선발에 동의하지 않고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으로 둥지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뮌헨 수비라인의 근간이 되었던 A급 수비수 루시우의 이탈에 대한 반 할 감독의 반응은 그리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이미 계획되어 있었던 선수단의 프리시즌 준비에 더 신경을 쏟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선수들과 구단에 관철시키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사진 = 반 할 감독 (C) commons.wikimedia.org]


원칙을 천명하고 그에 따라 선수단을 운영하는 반 할 감독은 팀 관리에서의 철저함도 다음과 같이 보여주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키커스 라는 하부리그의 팀과 친선경기를 가져야하는 뮌헨의 베이스캠프는 경기장과 불과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었습니다.
프리시즌이고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은 프렌들리 경기였지만 반 할 감독은 경기 하루전 게임이 있을 스타디움 인근의 호텔로 선수단 전체를 이동시켰습니다.
축구선수가 경기 당일 2시간이나 버스에 앉아 있으면 제대로된 컨디션으로 게임에 임할 수 없다는 자신의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 세밀한 관리(?) 때문인지 뮌헨은 그 경기에서 10골을 뽑아내며 프리시즌 동안 치루었던 게임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물론 상대가 약체였습니다)
경기 후 선수단은 또 다시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날에야 훈련캠프로 복귀했습니다.

축구에는 호랑이... 사생활은 인간적...

뮌헨의 훈련장면을 지켜보면 피치 위에서 커다란 소리로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반 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도에 맞지 않으면 훈련을 몇번이고 중단시키면서까지 선수들 하나하나에게 훈련의 요점과 주의점을 설명하고 강조합니다.
그가 바라는 축구는 선수들간의 조직력이 최우선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이렇게 축구에 관련된 일에서는 굉장히 원칙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 할 감독이지만 선수단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 할 감독은 스쿼드에 있는 선수들의 부인 생일까지 다 외우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선수와 코치들간의 소통도 중요시 여깁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지리적 언어적 요건으로 어느 정도 독일어를 할 줄 압니다. 반 할 감독은 어눌해 보일수도 있는 자신의 독어와는 상관없이 항상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곤 합니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경력과 축구 지도자로서의 긍지가 엿보이며 이번 시즌 바이에른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이 내포되어 있는 자세입니다.

시즌이 지나봐야 알겠습니다만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또 하나의 좋은 축구지도자 롤모델로서 반 할 감독은 관심을 얻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