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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격투가의 영화판 진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격투가들이 스크린을 장식하는 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이번 글에선 최근 영화에 열정을 불태우는 격투기 스타들을 조망해볼까 한다.

퀸튼 잭슨은 2008년 7월 포레스트 그리핀과 거의 백중세였던 경기에서 판정으로 UFC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내줬다. 이 결과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12월에 반달레이 실바, 2009년엔 키스 자르딘을 꺾으면서 다시 한 번 타이틀 구도에 뛰어들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잭슨은 영화 촬영 때문에 당분간 경기장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잭슨은 향후 6주간 영화촬영이 계획되었다. 그가 나오는 작품은 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던 A-팀(A 특공대)의 극장판 영화로 그는 예전 미스터 T가 연기했던 우락부락한 캐릭터 B.A. 바라커스로 나온다고 한다. 잭슨의 영화출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부터 영화에 나온 잭슨은 '데쓰 워리어', '헬스 체인', '네버 서렌더', '듀얼 오브 레전즈' 등에 출연했는데 다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A급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 잭슨이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당시 배우였던 미스터 T는 이 배역에서 보인 터프함 덕분에 갑자기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이란 얼토당토않은 타이틀을 얻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론 킴보 슬라이스나 브렛 로저스, 밥 샙도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하튼 잭슨이 낙점되었다. 퀸튼 잭슨의 캐스팅은 쉽진 않았다. 50 센트, 더 게임, 아이스 큐브와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 되었다고 하니 잭슨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영화 ‘A-팀’엔 브래들리 쿠퍼, 리암 니슨이 캐스팅이 되었고 다른 배우를 섭외하는 중이라고 한다.

오디션을 결정한 잭슨은 캐스팅 되지도 않았음에도 UFC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에게 촬영 때문에 6주 정도는 훈련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한다. 이를 접한 데니어 화이트의 반응은 거셌다. 잭슨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격투가라는 것을 강조한 화이트는 경기가 아닌 것에 쏟는 뭐같은 열정이 싫다는 직설적인 발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반기에 이벤트를 많이 잡은 UFC로서는 최근 메인이벤트 선수들의 이탈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라 잭슨의 결정이 달가울 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간 잭슨인걸.

노장파이터로 유명한 UFC 102회 대회에서 불같은 투혼을 발휘했던 랜디 커투어도 영화나 방송 출연엔 낯설지 않다. 커투어는 이미 단물이 다 빠진 '스콜피온 킹'의 후속작을 위해 사막에서의 해외촬영도 불사했던 이력이 있고 2009년 말에도 한 작품, 2010년 작품 두 개가 있을 정도로 그의 영화출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특히 그의 차기작 ‘익스펜더블스’는 영화 속 터프가이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다. 실베스타 스텔론, 이연걸, 미키 루크, 돌프 룬드그렌, 제이슨 스타뎀 등이 주연이며 WWE 최고 스타였던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 랜디 커투어도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었다. 여기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까지 얼굴을 비춘다고 하니 그야말로 영화계 터프가이들의 GP가 아닌가 싶다. 랜디 커투어가 격투기 대표라는 사명감을 갖고 나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잭슨과 더불어서 영화에 대한 열의가 큰 선수로 꼽을 수 있겠다.

격투기 선수들 중에서 최강 외모 중 하나로 꼽히는 미녀스타 지나 카라노는 지난 번 사이보그 산토스에게 무너지면서 많은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최근엔 챔피언을 축하해주는 아량을 보이면서 미녀는 심성까지 좋다는 일부 학파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런 카라로 역시 ‘블러드 앤 본’이란 영화에 출연했고 이 작품엔 밥 샙, 킴보 슬라이스 등의 흥행위주 격투가들도 나왔다. 카라노는 ‘녹아웃’이란 영화에 참가할 계획이라 하니 당분간 링에서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팬들은 필자와 더불어서 영화판에 시선을 둬야 할 듯 하다. 랜디 커투어가 카라노의 코치이긴 하지만 영화판으로 이끌었다는 소식은 없는 걸 보면 카라노의 자발적의사가 더 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표도르로 바뀌었지만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의 간판선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쿵 리였다.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쿵 리는 킥복싱에서 17승 무패, 종합격투기 6승 무패의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영화에 매진하면서 2008년 3월 이후 격투기에선 볼 수 없게 되었다.

마지못해 그의 타이틀을 박탈했던 그의 소속단체는 최근 UFC의 거센 공격에 직면하자 스타가 필요했기에 얼마 전 경기를 제안했지만 영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쿵 리의 모습을 보긴 힘든 상태다. 2009년에만 다섯 작품을 촬영할 정도이니 이젠 영화인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최근에 영화에 큰 관심을 갖은 실력 있는 4인방을 소개했지만 작은 배역까지 따지고 나면 오히려 영화에 나가지 않는 스타가 이상할 정도이다. 일본 격투기의 최고 스타 마사토 역시 ‘군계’라는 영화에 출연했었고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일본 격투가들이 대거 나온다고도 하며 오히려 단체에선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도 하다.

왜 이렇게 영화에 많이 나오는 걸까? 우선은 격투기의 인기가 올랐기에 인지도가 높아진 탓도 있겠다. 두 번째론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이 영화에 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론 경기 간 간격이 다소 있기에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는 특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여하튼 앞으로도 영화계의 러브콜은 있을 것이고 그것에 호응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격투가의 영화판 외도는 계속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