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왓의 야구블로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LA 다저스가 내셔날리그 챔피언 시리즈(NLCS) 1차전부터 불꽃튀는 대접전을 펼치며 명승부의 서막을 올렸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시리즈 1차전에서 원정 팀 필리스가 안타수 14대 8의 열세속에서 다저스에게 8대 6으로 힘겹게 승리하며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NLCS 시리즈 1차전의 투타 주인공은 박찬호와 라울 이바네즈였다. 7회말 5대 4 한점차의 박빙, 무사 2루의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박찬호는 최고 구속 96마일의 강속구를 연속으로 뿌리며 다저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시켰다.
7회말 다저스의 선두타자 안드레 이디어가 우전 2루타를 기록하자 다저스 구장에는 승부의 추가 다저스쪽으로 급격하게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56000여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다저스구장의 다저스 팬들은 흰색 타올을 연신 흔들며 박찬호를 압박했다. 햄 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가량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박찬호에게는 NLCS 1차전이라는 큰 경기,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의 등판이었다.
박찬호가 상대한 첫 타자는 5회 투런 홈런을 터트린 3번타자 매니 라미레즈. 박찬호는 라미레즈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제구가 된 93, 94, 94, 9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4개 연속으로 던져 3루수 앞 땅볼로 아웃시켰다. 2루 주자 이디어는 3루로 진루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4번타자 맷 캠프를 맞아 6구만에 96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아웃시켰고 5번 타자 케이시 블레이크는 5구만에 2루수 앞 땅볼 잡아내며 7회를 종료시켰다.
박찬호가 다저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3자 범퇴시키고 난 8회초 필리스는 라이언 하워드와 제이슨 워쓰의 연솔 볼넷 이후 라울 이바네즈의 우월 스리런 홈런으로 8대 4로 달아나며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8회말 2점을 만회하였으나 그것이 한계였다. 9회말 등판한 마무리 릿지는 1안타, 1볼넷을 허용했으나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편, 박찬호가 마지막으로 상대한 케이스 블레이크의 2루수앞 땅볼 타구의 구속은 포심 97마일로 구장 스피드건에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스피드건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라고 답변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배트에 맞으면 구속이 조금 올라가기 때문에 어쩌면 박찬호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MLB.COM 게임데이는 박찬호의 마지막 피칭 구속을 포심 95마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데이에서도 타자의 배트가 건드리지 못한 박찬호의 4개의 포심 패스트볼이 96마일로 기록되었다. 37살 동양인 투수가 154키로의 강속구를 연속으로 던진 것이다.
비록 1이닝의 짧은 피칭이었지만 박찬호의 체감공헌도는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5대 1에서 5대 4로 추격한 다저스 타선은 7회말 선두타자가 2루타로 진루, 필리스 불펜투수진을 난타시키며 역전의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저스 팬들은 불펜에서 대기중인 박찬호를 기죽이기 위해 폭언을 퍼부었고 박찬호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때 기립하여 타올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무려 장단 14안타를 터트린 다저스는 박찬호 한 투수에게 압도당하며 중요한 순간에서 경기 주도권을 잡는데 실패했다. 무사 2루에 있었던 주자 이디어는 아웃카운드 세개가 기록되는 동안 3루에도 진루하지 못했다. 박찬호가 다저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 시키며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구장을 가득 메운 다저스 팬들의 흰색 타올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필리스 홈 페이지의 실시간 게임 중계 게시판의 필리스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가치있는 피칭을 한 투수로 박찬호를 꼽았다. 박찬호가 정규시즌 필리스의 실질적인 불펜 에이스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경기였으며, 박찬호 커리어 하이라이트 동영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대단한 피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