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격투기는 손해보는 장사? "좀 더 너그러워 지자"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자기 분야에 너무 매몰되면 시선이 좁아지는 경향은 어디에서나 있다. 필자가 건축을 전공하던 약 10년 전, 한 건축 전문잡지에서 본 유명 건축가의 인터뷰 중엔 건축의 설계 과정은 사고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최고라면서 중고교 필수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그러나 건축가를 건축설계사라는 방송작가들이 만들어낸 용어로 부르는 현실에선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이다. 정보통신일을 했던 시절 담당했던 S.C.M.이란 업무에 대해서 회사에선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퇴사한지 7년이 지났음에도 단 한 번도 접해본 적도 없고 팔라고 강요당하던 ERP는 그것 없이도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다.

야구의 룰을 평생 몰라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이나 인도에서 각각 인기가 많은 미식축구나 크리켓의 룰을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무식하단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자기 분야에 있으면 그렇게 중요해 보이는 것이 정작 궤도를 옮기면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에서 타 분야의 예를 들어봤다. 필자의 글을 보는 분들 중 위의 예에 관심을 갖는 이는 극소수라고 본다. 남의 분야엔 별로 관심을 안 갖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를 보면 너무 포커스가 격투기에만 집중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매니아들의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것에 골몰하거나 이 분야의 사람들간의 교류만이 많다. 물론 이 분야의 비전을 공유하고 같이 나아갈 동료로서 아는 것은 좋지만 다소 시선은 제한되어있지 않나 하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큰 그림을 못 본다는 것은 미래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필자는 그간 시청률과 타 프로와의 경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격투기는 방송이라는 수단을 택함으로서 프로그램의 형식이 되어버렸을 뿐이고, 야구나 축구, 농구와의 경쟁은 물론 예능프로, 음악방송과도 맞대결을 하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야구 경기가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의 투혼보다 일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는 것이 현실이다. 격투기 매니아들이 아무리 열광해봤자 채널에선 총경비와 시청률, 광고수입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본 후 손해가 나면 자연스럽게 밀어낼 뿐이고.

매우 냉정하게 쓴 말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필자도 연예인 야구나 축구대회를 보고 긴장감을 느끼기보단 유명하지 않은 선수의 투혼에 많은 것을 배우는 편이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에 속한다. 이런 상황이니 현실적으로 대회들이 많지도 않고 채널에서 크게 열의를 내지 않는 것이다. 단체에서 많은 매출을 기여하면 모르겠지만 뻔히 손해가 나는 장사는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계속 하긴 어렵다.

채널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채널도 먹고 살아야 하며, 필자가 고찰하는 방향의 기본 전제는 단체는 일반적으로 채널에 종속적이기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는 공영방송이 아닌 이상 당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선수에게 희생과 매진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먹고 살기도 복잡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 노력만을 강요하는 건 마치 공부할 여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 15시간씩 죽어라고 공부하면 수능에서 명문대 의대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그러니 좀 더 큰 안목에서 바라보자. 선수들이 부진하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기보단 따스하게 감싸주고 잘하면 더 격려하면 된다. 어려운 여건에서 만든 결과가 아닌가. 그리고 경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힘들어할 선수들에게 괜히 상처가 될 말은 하지 말자. 여건도 좋지 않고 현실적으로 답이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력하는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해서야 되겠는가?

너무 이 분야만 집중하면 시선이 좁아진다.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이 분야가 어느 정도에 위치했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거나 미래가 어떤지 대략 보일 수가 있다. 그게 맞던 틀리던 본인의 미래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