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삼성이 FC서울을 물리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지켜보며 필자의 시선은 우승팀 수원쪽 보다는 서울 쪽에 눈길이 더 갔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서울이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선수구성이나 세뇰 귀네슈 감독과 선수들의 호흡, 그리고 서울 서포터즈의 열정을 감안할 때 2009 시즌 서울에 제대로 맞설만한 팀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9 시즌을 앞두고 귀네슈 감독이 전관왕을 노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을 때 고개가 끄덕여진 것이 사실이었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고, 2009 시즌 K리그 개막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6-1로 제압했을 때 그 믿음은 더욱 더 굳어져갔다.그러나 서울은 올시즌에도 아무런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K리그 선두 자리를 놓고 전북현대와 경합을 벌였지만 전북은 물론 시즌 후반기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포항 스틸러스에게도 밀리며 리그 3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놓치더니 21일 전남과의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졸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허무하게 져 우승은 물론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앞서 피스컵 코리아 대회, FA컵,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줄줄이 탈락한 이후 마지막 남아있던 서울의 우승트로피에 대한 희망이 올시즌 유난히 악연(전남은 시즌 개막전에서 서울에 대패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에게 통한의 무승부 승부를 안기며 서울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고추가루를 뿌렸음은 물론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패배를 안겼다.)이 깊은 시즌 6위팀 전남에 의해 허무하게 물거품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로써 귀네슈 감독이 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한 지난 2007 시즌 부터 지금까지 3시즌 동안 서울은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는 '3년 무관(無冠)'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서울이 현재 보유중인 스쿼드의 면면을 보거나 과거 서울을 거쳐간 선수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임에 틀림 없다. 귀네슈 감독 개인적으로도 '월드컵 4강'이라는 훈장으로 빛나던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 상당한 상처로 남을만한 기록이다.
물론 서울이 이와 같이 귀네슈 감독 부임 이후 3년간 단 한 개의 우승 타이틀도 얻지 못한데는 그들이 겪었던 '불운'의 영향도 크다. 특히 지난 시즌과 올시즌 서울을 괴롭혔던 부상의 악령은 일반적인 프로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서울이 귀네슈 감독과 함께한 '무관 3년'을 '불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서울 팬들은 올시즌까지 3년간 아무런 타이틀을 얻지 못한 원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서울과 전남의 6강 플레이오프 직후 서울의 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팬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서울의 팬들은 주축 선수들을 하나 둘 이적시키고도 그들을 대체할 만한 적절한 대체 선수 영입에 실패한 것을 귀네슈 감독과 서울의 '3년 무관'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었다.
실제로 서울은 김병지, 이을용, 박주영, 이청용, 히칼도 등 최근 몇 년간 서울의 전력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들을 국내외 팀들에 이적시킨 이후 그 대체 선수들을 영입함에 있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정조국, 기성용, 김진규, 김치곤, 아디, 김은중, 김한윤 등 기존의 스타급 선수들이 건재했고, 고명진, 이상협, 이승렬, 고요한, 안태은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팀에 많았으며 김치우, 이종민 등 K리그의 수준급 스타들도 영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순간 마지막 고비를 넘겨주는 진정한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선수들은 없었다.
또한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K리그에 뒤했던 키키 무삼파, 제이훈 같은 외국인 선수들마저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짐을 쌌고, 인천에서 데려온 특급 골잡이 데얀은 전남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고도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퇴장명령을 당해 팀의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을 그라운드 밖에서 구경만 해야 했다.
따라서 서울의 실패는 일단 선수단 구성에 있어 일정한 밸런스를 꾸준히 유지하는데 실패한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서울의 '3년 무관'을 말할 때 귀네슈 감독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그가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일부 선수들을 방출하고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시도를 했던 점이나 K리그 전체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쓴소리를 던짐으로써 일부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낸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심판판정에 대한 도를 넘어선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그리고 듣기에 따라서는 K리그 전체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표현으로 들릴만한 언사로 이런저런 논란의 주인공이 되며 팀의 경기력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것은 분명 감독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 한마디로 한국 축구와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에 대한 적응에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터키 이외에 다른 국가의 팀을 맡아본 경험이 없는 귀네슈 감독이 처음 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국내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울의 2009 시즌은 종료 됐다. 아울러 서울과 귀네슈 감독과의 계약기간도 만료됐다. 22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과 귀네슈 감독이 결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아마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서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팬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귀네슈 감독이 좀 더 서울에 남아줬으면 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그런 가운데 김학범 전 성남 감독과 같은 검증된 국내 감독을 영입하자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어 눈길이 간다.
이제 서울은 귀네슈 감독과의 '무관 3년'을 뒤로하고 다른 감독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 미래가 새 감독 부임 첫 해 우승이 될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리빌딩해 수 년 내에 최강팀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갈지가 서울 구단의 당면한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