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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U, 김연아 전주4대륙대회 출전 '사실상 강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다음달 25일부터 전주시에서 열리는 ISU 피겨 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 김연아(고려대)의 출전을 요청하고 있어 '팀 김연아'가 고민에 빠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ISU 오타비오 친콴타 회장은 최근 박성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에게 '전주에서 열리는 4대륙 피겨선수권에 김연아가 출전해 대회를 빛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ISU가 김연아 측에 전주 4대륙 대회에 출전해 줄 것을 빙상연맹을 통해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5일 KBS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바 있으나 친콴타 회장이 직접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은 처음 알려진 일. 

ISU가 이처럼 전주 4대륙대회에 김연아의 출전을 요청하고 이유는 간단하다 대회의 흥행 때문이다. 

내년 2월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 1개월여를 앞두고 열리는 전주 4대륙대회는 이미 세계 톱 랭커들 대부분이 동계올림픽 대비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상황인데다 현재 전주 4대륙 대회 출전이 예정되어 있는 한국 선수는 곽민정, 김채화, 김나영 등 3명으로 대회를 유치한 전주시나 대회를 관장하는 ISU 모두 흥행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전주 4대륙 대회가 그야말로 알맹이 빠진 맥빠진 대회가 될 위기에 처하자 난국 타개를 위해 ISU 회장이 직접 총대를 맨 양상이다.  

대회의 주최 도시가 한국의 전주시고, 한국의 에이스 김연아의 존재가 없다면 모를까 멀쩡히 있는 상황에서 대회 흥행을 위한 필승 카드로 김연아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주시는 지난 2009 세계선수권대회가 치러진 미국 LA에 대표단을 파견, 직접 대회장을 찾아 김연아의 전주 4대륙대회 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의를 보이기까지 했으나 김연아 측의 출전약속을 받는데 실패했다.(이런 이유로 일부 피겨 팬들은 이번 ISU의 김연아 출전 요청이 전주시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후 김연아는 이달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기간중 일찌감치 동계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전주 4대륙대회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최근 캐나다 현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전주 4대륙대회 불참을 재확인한바 있다.

그런데 최근 전주 4대륙대회는 한 가지 흥행 호재를 만났다. 일본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에이스 아사다 마오와 '다크호스' 스즈키 아키코가 4대륙대회 출전의사를 밝힌 것.

이런 상황에서 김연아가 이 대회 출전을 결정, 아사다와 지난 10월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트로피 에릭 봉파르, 파리) 이후 3개월만에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대회의 흥행은 물론 전세계 스포츠 언론의 주목을 받는 빅이벤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김연아와 아사다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른 입장에 있다.

올시즌 들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최근 전일본선수권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한 아사다의 입장에서는 전주 4대륙 대회가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보약'과 같은 대회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이번 올림픽 시즌에 최고의 자리를 확인했고, 동계올림픽에서 '기본'만 해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대다수의 전문가들로 부터 인정받고 있는 상황인 김연아의 입장에서는 전주 4대륙 대회가 사실상 얻을게 전혀 없는 대회다. 

일본에서 건너와 시차적응 문제 없이 대회를 치르는 아사다나 스즈키와는 달리 캐나다와 국내를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김연아로서는 시차적응과 컨디션 조절 문제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고, 특히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인 탓에 국내 열성팬들의 '상상 그 이상'의 엄청난 응원속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

또한 동계올림픽에 앞서 아사다와 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 사실로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순위나 점수, 또 기타 피겨 외적인 부분에 관해 원치 않는 논란에 휘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연아 측은 당연히 원래 계획대로 전주 4대륙 대회 불참을 재획인 해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기본적으로 '개인 스포츠'로서 특정 대회에 출전 여부는 선수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ISU의 출전 요청도 그런 차원에서 충분히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제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ISU 회장이 직접 요청한 사항을 거절했을 경우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김연아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전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김연아의 경기를 ISU 회장이 직접 채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ISU 회장의 한 마디 입김이 김연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가 경기에 대한 채점에 심판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되는 스포츠인 만큼 그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ISU가 빙상연맹 측에 김연아의 출전을 바란다는 뜻을 보낸 형식은 '요청'의 형태지만 사실상 '종용' 내지 '강요'로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