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미르코 크로캅과 반달레이 실바는 호주에서 펼쳐진 UFC 110회 대회에서 나란히 승리했다. 둘은 일본의 PRIDE에서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인기가 높은 선수였지만 UFC로 건너가자 경기장이나 규정의 차이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부진했는데 그나마 이번 승리로 숨을 돌리게 되었다. 물론 지금 보이는 모습은 과거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고 특히 크로캅은 상대가 강자는 아니었기에 두 사람이 과거로 돌아갔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하다. 그래도 승리가 반가운 건 사실이다. 그럼 이번 경기를 놓고 든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보겠다.
1. 미국 내 상품성은 약하다
일본에서 외국인임에도 인기가 높았던 두 사람의 카리스마는 UFC에서도 주목한 부분이다. 허나 미국에 와서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UFC에서의 부진이 문제였다. 오히려 일본에선 표도르가 실력은 최강임에도 이들보다 인기가 낮았으나 미국에 와서는 반대가 되었다. 격투기는 일본에 비해서 미국에선 매니아 스포츠이지만 매니아들의 충성도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에 연결되기에 작은 체구이나 거구들을 잡는 인류최강 표도르는 외국인임에도 미국단체의 간판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UFC는 상대적으로 흥행이 안 되는 선수들을 외국 대회에 참가시킨다. 게다가 크로캅이나 실바는 메인이벤트에 참가하지도 못했으며 크로캅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던 UFC 대회는 당일 복귀한 메이웨더 주니어가 올린 실적에 1/3도 채우지 못해 미국 내에서는 크게 반향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의 UFC라면 브록 레스너나 조르쥬 생 피에르 같은 돈이 되는 인기스타들의 경기를 해외에서 펼쳐 대박 흥행을 자본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크로캅이나 실바를 단체가 보는 입장은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시장 개척이란 의미로만 해석이 가능하다.
2. 궁지에서의 반전
원래 예정된 벤 로스웰이 밝혀지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빠지면서 대전 상대 앤소니 페로쉬로 바뀌었다. 로스웰에 비해 약한 상대였기에 2라운드 TKO로 꺾으면서 크로캅은 그래도 한 숨을 돌렸으나 경기 내용은 과거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제 실바라고 하면 반달레이 실바보단 앤더슨 실바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많이 잊혀진 실바는 퀸튼 잭슨, 리치 프랭클린에 무너지면서 벼랑까지 몰렸지만 강자로 분류되는 마이클 비스핑을 잡으면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승리라고 생각된다.
3. 베테랑들의 높은 투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크로캅은 심하게 찢기는 부상을 입었지만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고, 이것을 체육위원회에서 받아들이면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경기에선 다소 무력한 모습들이 보여서 실망한 팬들이 많았지만 이 정도의 열의라면 명예회복을 위한 기초는 갖추고 있다 볼 수 있겠다.
실바 역시 밀리면 벼랑이라는 각오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고 대다수가 그의 패배를 점치는 상황에서 역전타를 날렸으니 대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추성훈과 반달레이 실바의 대결은 일본 시장에 어필할 수 있기에 향후 대결가능성이 높으며 추성훈이 UFC에 가는 과정에서 향후 둘의 대결을 확정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이다. 호주에서 경기를 한 것 역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을 묶어서 노리는 UFC의 전략인데 일단 실바가 살아났고 추성훈이 건재하니 향후 둘의 대결이 펼쳐진다면 더욱 분위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실바에게 줄줄이 무너진 일본 파이터들의 징크스를 깨고 추성훈이 승리한다면 일본에서 UFC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