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다시 한 번 WWE의 대량해고가 있었다. 레슬매니아 이후 펼쳐진 유럽투어에서 큰 성과를 거둔 WWE의 이번 계약해지는 회사 재정 상태와는 별개로 앞으로 올라와야 할 신인 선수들을 위한 자리주기의 성격이 컸다. 풀려난 이들 중 다섯 명은 거의 방송에 나오지 않았기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하나 전미 대학생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서 헤비급 3위와 5위를 차지했던 쉘턴 벤자민과 한 때는 여성디비전 간판으로 밀던 미키 제임스의 계약해지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키 제임스는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했다. 첫 번째로는 외부 활동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가수로 데뷔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1979년생이기에 여성에겐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 분야에선 큰 터라 대학에 진학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겠다고 자주 말했다 한다.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자사의 이득을 도모하는 WWE로서는 그렇게 달갑지 않아했다고 하는데. 여성선수에겐 특히 체중문제가 엄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부 지방이 두드러지는 것 역시 문제였고 이젠 유부남이 된 존 시나를 잊지 못하자 단체로서도 묵과할 수 없기에 아예 브랜드를 옮겨서 떼어놓았지만 그렇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펼쳐진 해외 투어에서도 지각하면서 선수단 전체의 이동을 지연시킨 것 역시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라고 하는데.
쉘턴 벤자민은 전미 대학생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 NCAA에서 1997년에 5위, 1998년에 3위에 입상했기에 요즘 같으면 종합격투가로 전업도 생각할 정도의 프로필이나 어려서부터 프로레슬링을 좋아했고 당시엔 격투기에서 큰돈을 벌기 어려웠기에 브록 레스너가 WWE와 계약하자 그를 가르치는 지도자에서 프로레슬러로 변신하게 된다. 워낙 운동신경이 좋고 주니어 칼리지 시절엔 아마추어 레슬링과 100m 달리기에서 동시에 우승할 정도의 실력이기에 링에서 보이는 기량만큼은 최고란 찬사가 뒤따랐지만 워낙 언변이 없고 연기력도 어설퍼서 스타가 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한 때는 트리플 H를 꺾으면서 기대주로 여겨졌지만 서서히 밀렸고 결국 발전에 한계가 있다 평가되면서 WWE가 그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2위 단체 TNA에 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마이크 녹스, 케이티 리 버칠, 슬램 마스터 J, 쿵푸나키(후나키), 지미 왕 양은 다소 고민스러울 것이다. 이들은 인성의 문제보단 상품성에 한계가 있기에 버려졌다 할 수 있다. 후나키는 오히려 동양인이란 이유로 오래 남았는데 방송에선 많이 쓰이지 않았고 WWE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상황이라 많은 돈을 받지 않았다. 허리에 통증도 있고 이미 요시 타츠같은 일본 선수도 있기에 다른 이들을 방출하는 마당에 그를 데리고 있을 필요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케이티 리 버칠은 원래는 계속 데리고 있으려다가 막판에 방출한 케이스로 원래부터 연기자 생활을 했기에 영화배우와 프로레슬링을 겸할 것으로 보이나 과거 게일 김이 그렇게 하려다가 다시 WWE로 돌아온 걸 본다면 그렇게 쉬운 길은 아닌 듯하다.
슬램 마스터 J는 WWE 스맥다운의 책임작가 마이클 헤이즈가 친구 테리 고디의 아들이란 이유로 자신의 아들처럼 챙기던 선수였으나 그런 인맥으로도 이번 해고는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 지미 왕 양(양윤)은 기량은 좋으나 신장이 작기에 중요하게 쓰이지 않았으며 벤자민과 마찬가지로 다소 연기력이 약한 편이다. 미국인이기에 전혀 영어문제는 없지만 미국 팬들에게 다가가는데 있어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마이크 녹스 역시 상품성에 한계가 있어서 버려진 경우이다. 그나마 두 사람은 TNA에서 관심을 갖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서는 약간의 차이이지만 상품성이란 차이로 받는 대우가 너무 다르다고 생각된다. 한 개인의 삶으로 본다면 참으로 비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회사로 본다면 생존을 위해 상품성이 있는 이를 지키는 것이니 이번 계약해지가 무조건 그르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듯하다.
<사진=WW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