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113회를 본 단상
우리나라 일반 팬들에게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매니아층에서는 너무도 기다린 료토 마치다와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의 2차전이 막을 내렸다. 소문난 잔치에 메인이벤트는 그래도 정말 볼거리가 아닌가 싶었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선 방영권 변경 관계로 볼 수 없었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방영될 예정이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다.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놓고 펼쳐진 둘의 첫 대결에선 판정으로 승부가 갈렸으나 타이틀을 지킨 챔피언이 오히려 패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심지어 UFC의 대표 데이너 화이트마저 도전자의 승리라고 말하면서 재대결의 당위성이 부각되었고 이번 대결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지난 경기에선 5라운드 25분의 혈투를 펼쳤기에 이번 대결 역시 장기전이 아닌가 싶었으나 놀랍게도 1라운드 3분 35초에 나온 한 방으로 승부가 결정되어버리면서 료토의 실신당한 모습은 처음 공개되었다. 경기 초반엔 마치다가 조금 더 앞섰지만 쇼군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고 니킥의 파괴력도 상쇄시키는 전략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마치다의 왼손 필살타가 나오자 쇼군이 맞받아치면서 날린 오른손은 챔피언에게 제대로 작렬하면서 모든 것은 마무리되고 만다.
이 한 방으로 인해 마치다의 왕국과 무패의 기록은 막을 내려버렸고 UFC 라이트 헤비급엔 새로운 왕조가 다시 탄생했다. 최근 롱런하던 챔피언이 없었던 라이트 헤비급은 료토 마치다의 챔피언 등극 이후 오랫동안 수성할 것이라고 평가되었지만 쇼군의 재도전에서 순식간에 그의 제국은 붕괴하고 말았다.
그럼 쇼군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른 체급들에 비해 챔피언이 자주 바뀌었고 어떻게 보면 한 방으로 마무리되었기에 운도 작용을 했다 볼 수 있으니 지금 시점에서 예단하긴 어려울 듯 하다. 서로 물고 물리는 라이트 헤비급에서 쇼군이 PRIDE 시절의 명성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듯싶다.
이번 대회에선 인터넷 센세이션으로 한 때 미국 2위 단체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가꾸면서 시청률 제조기로 써먹은 킴보 슬라이스의 참가가 현지에선 관심거리였다. UFC도 이례적으로 쉬운 상대를 주는 소위 ‘떡밥’ 경기를 만들어서 킴보에게 승리를 안기려 했지만 그는 주최측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지친 상태에서 2라운드 4분 24초에 난타로 인한 TKO패를 당하고 만다. 미식축구 NFL 출신으로 두 번째 프로 경기를 치르는 매트 미트리온에게 손쉽게 이길 줄 알았던 주최 측이었지만 킴보 슬라이스의 인기로 돈을 버는 건 앞으로 어려울 듯 하다. 아예 퇴출리스트에 올랐으니 그야말로 UFC의 냉정함이 느껴진다.
이번 대회는 최근 격투기의 인기가 많이 높아진 캐나다에서 펼쳐졌다. 캐나다 동부에 이어서 앞으로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가 있는 서부까지 확장하면서 격투기 열풍을 북미대륙 위쪽까지 확산시키는 시도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최근 독일에서 격투기를 불법으로 금지시키긴 했지만 일단 미국과 캐나다의 유료시청채널만 끌어내더라도 안정적인 흥행을 구가할 수 있으므로 캐나다에서 펼친 대회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다만 캐나다 선수가 일곱 명이나 경기를 펼쳤지만 조 덕슨만 제외하고 모두 다 무너진 것은 약간 매치 선정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이제 114회 대회에선 라샤드 에반스와 영화배우로 갔다가 소송이 겁나서 링으로 돌아온 퀸튼 잭슨의 대결, 김동현과 아미르 사돌라의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비록 113회 대회에선 메인이벤트를 제외하곤 다소 맥빠지는 경기들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화끈한 대결들이 많은 UFC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