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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최홍만의 선택을 존중하자

이번 주 일요일 오전에 우연하게 TV를 켰더니 그간 거의 안 보던 프로그램인 ‘체험 삶의 현장’에 최홍만 선수가 나왔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티아라가 나오기에 봤더니 옆에 최홍만 선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방송엔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게 아닌가 싶다.

한 때 격투기를 이끌었고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든 최홍만, 하지만 경기에서의 부진과 뇌하수체 양성종양 수술 등으로 침체기를 겪은 뒤 한참동안 링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은 여전해보였다.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여전히 근육질이지만 과거에 비해서 근육의 부피가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근력이라는 것이 근육의 부피와 1:1의 정비례 관계를 이루진 않는다. 아주 두꺼운 근육이라 하더라도 힘이 무한정 세지는 건 아니란 뜻이다. 그보다는 포물선의 관계가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1:1의 정비례만 아닐 뿐, 어느 정도 비례하는 건 사실이므로 과거에 비해서 체격이나 힘의 우위는 덜해졌다 하겠다.

최홍만 만큼 언론에 의해서 상처를 많이 받은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의 공명의식 때문에 최홍만이나 추성훈 같은 유명 선수들의 단점은 점점 크게 부각되었고, 이는 서서히 그들의 팬층을 잠식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연승같은 좋은 결과가 따랐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부진한 경우 이런 역반응은 그들을 더욱 밑으로 끌어내리는 부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들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서서히 격투기는 일반 대중의 화제에서 벗어나고 만다. 지금은 K-1을 챙겨보는 이도 소수이고 UFC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PRIDE의 전성기보다 훨씬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때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한자성어로 서로 맞물린 분야에서 누군가가 없어지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온다는 뜻이다. 초대형 스타의 침체는 팬들의 관심을 격투기 내의 3등, 4등 스타에게 전이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 옮겨갈 뿐이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1위를 강조했고, 세계 1위가 나오면 그 분야가 재발견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국민스포츠가 되었다가 금세 열기가 식어버리는 일을 반복하곤 했다. 최근 국내 야구의 인기는 WBC에서의 선전이나 올림픽 금메달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축구는 월드컵의 성적에 따라서 국민적인 관심도가 좌우된다. 과거 탁구에서 금메달이 많이 나오자 도처에 탁구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 조차 어려운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국제대회에서 이룬 성과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나 한 때의 스타가 은퇴하거나 부진하다고 해서 무조건 질타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최홍만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본인이라고 챔피언에 오르는 걸 원치 않았겠는가?

앞으로 최홍만이 격투기를 계속 할지, 방송인으로서 활약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인생은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고 적어도 생산 경제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세금을 낸다는 자체만으로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일반 팬들은 그가 경기를 하는지 조차 잘 모르며 이승엽, 최홍만, 박찬호, 박지성 같이 각 분야의 유명한 사람들 중 하나로 알 뿐이니 이 분야의 홍보대사 정도로만 생각하더라도 어떨까 싶다. 최홍만 선수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를 선택하면서 거기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이 질 것이므로 뭐가 되든지 간에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포용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