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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레슬매니아 단일이벤트의 경제효과

미국 현지의 한 민간연구기관인 이니그마 리서치 코퍼레이션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레슬매니아26 단일이벤트가 아리조나 주 피닉스에 유발한 경제효과는 4510만 달러라고 한다. 지자체엔 세금으로 500만 달러가 들어갔으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상황이 이런 터라 비록 프로레슬링이라 폄하될 수도 있지만 북미대륙 각지자체에서 행사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하다. 해마다 여러 도시에서 유치경쟁을 펼치는 것도 별로 놀랄 바는 아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레슬매니아26을 보러 온 6만 1천명의 팬들 중 2만 3천 명 정도가 아리조나 주에서 왔으며 3만 8천명이 그 이외 지역에서 왕래했다 한다. 3만 8천 중 2만 3천 명 정도는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네바다 등 가까운 주에서 왕림했으며 나머지 1만 5천명은 유럽이나 아시아, 중동을 비롯한 해외나 미국 동부 지역, 이웃나라 캐나다나 멕시코 등에서 왔다고 하니 무시할 규모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멀리서 온 이들은  3박 이상을 하기에 숙박업이나 요식업을 비롯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특히 비행기를 타고 왔어야 할 장거리 투어리스트들은 그만큼 큰돈을 쓰고 갈 가능성이 높았다.

필자도 3년 전 레슬매니아 23을 보러 미국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에 갔는데 주로 유럽에서 구경을 왔다. 유럽인들이야 휴가가 많기에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보를 알기 위해 접촉했던 지인들은 가까운 시카고에 가지 않고 볼 것도 없는 디트로이트에 왜 가냐고 묻자 차마 이유는 말하지 못했다. 해설을 맡고 있지만 지인들에게는 그걸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지의 몇몇 친구들은 디트로이트가 우범지대라고 조언했기에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가보니 달랐다. 레슬매니아 시즌이 되자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고 책자를 봐도 경제유발효과가 5천만 달러 내외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며 많은 이들이 우호적이었다. 금발미녀가 흘리는 미소를 보고 싶었지만 그런 건 하나도 없고 사실 미국은 필자의 제 2의 조국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하면 미녀가 많은 나라는 아니기에 기대는 많지 않았다.  6.25 참전용사 할아버지가 코리안이냐고 물은 뒤 20대 초반 인근지역 대학생 아니냐는 질문을 한 것이 그나마 흐뭇한 기억으로 남는다. 부디 치매가 아니셨길 빈다.

주변을 봐도 영국이나 아일랜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온 팬들이 상당 수 있었다. 일부는 호주, 일본 등지에서 왔다고들 했는데 여하튼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는 세계인들이 모여서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적지 않은 듯 했다. 자동차 산업의 붕괴로 실의에 빠졌던 디트로이트에 잠시 활력소가 되었던 걸로 보인다.

얼마 전 세계적인 F1 대회가 대한민국에서 유치되었으나 생각보다 흥행이 잘 되지 않았고 티켓이 대폭 저렴하게 나오면서 매니아와 일반 팬들의 간극이 다시 한 번 확인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자동차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 레이싱에 대한 관심이 크진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차는 좋아하지만 남이 달리는 것에 그 정도까지 호응하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레이싱보단 레이싱모델이 주변인들의 관심사가 아닌가 싶었다.

아, 다른 분야를 폄하 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대회들이 크게 규모를 늘렸지만 흥행부진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예를 든 것뿐이다. 그와 달리 문화적으로 잘 무르익는 경우 대회를 한다면 흥행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선 해외 관중까지 유치할 수 있으며 이는 관광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혹자는 프로레슬링이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레슬매니아야 말로 지역에 유발하는 경제효과로 따지면 금메달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