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를 자의로 떠나 영화 혹은 격투기를 추구하겠다는 데이브 바티스타와 ‘길거리 쌈짱’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킴보 슬라이스가 주먹이 아니라 연기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바티스타의 격투기 데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로선 둘을 맞대결시켜 현지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올리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두 사람은 정작 현재 태국에서 촬영 중이라 한다. 이들이 나오는 영화는 1탄에서 더 락이 주연했고 2탄에선 랜디 커투어가 나왔던 ‘스콜피온 킹’ 시리즈의 3탄인 ‘망자의 부활(Rise of the Dead )’이다.
1편은 그래도 A급 영화론 분류될 수 있으나 2편부터는 개봉보단 DVD 대여시장에 중점을 뒀기에 이번 킴보와 바티스타의 출연 역시 격투기와 프로레슬링 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영화계에서 갖고 있는 위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향상을 통해 뭔가 노리는 두 사람인지라 영화엔 적극적이다.
두 사람은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티스타를 보자면 WWE에서의 활약은 어느 정도 연기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며 드라마나 영화의 작은 배역은 이미 소화했었다. WWE에서 이탈한 이유 중엔 WWE가 제작하는 영화의 주연을 친구 트리플 H에게 빼앗긴 것이 컸다고 할 정도로 이미 연기에 대한 열의는 컸다. 격투기를 하겠다는 발언은 거창했지만 현재로선 영화를 찍으러 태국에 갔기에 그와 계약해 격투기에 데뷔시키려던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에겐 다소 고민거리라 하겠다.
40대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격투기 데뷔를 이야기했고 굉장히 심각한 듯 보였지만 필자가 보기엔 영화를 하다가 프로레슬링으로 돌아가는 게 체면을 지키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다. 격투기 데뷔설은 그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선에서 흘리는 게 나을 것이다.
킴보 역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동료 선수 지나 카라노나 밥 샙 등과도 같이 출연했을 정도로 외모의 덕을 많이 본 선수이기도 하다. 유명한 이름에 비해서는 격투기 경력이 다소 일천해 4승 2패의 전적에 머무르고 있다.
킴보는 길거리 싸움 동영상과 시선을 끄는 외모 덕분에 격투기계의 센세이션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 과거 EXC 같은 단체에서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급조된 상대 세스 페트루젤리에게 밑천을 드러내면서 무너졌고 단체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적잖은 나이로 투혼을 발휘해 UFC에 도전했지만 ‘귀여운 뚱땡씨’ 로이 넬슨에게 밀려서 결국 실패했고 다시 기회가 주어졌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엔 복서로서 변신을 노리고 있었지만 역시 쉽지 않은 과제처럼 보였는데.
프로레슬링에서 정상급 위치를 구가하던 바티스타의 색다른 도전, 격투기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으나 복서로 전향을 고민했던 킴보에겐 공통점이 있다. 영화 촬영에는 적극적이란 것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격투가든 프로레슬러든 적잖은 이들이 영화출연엔 매우 적극적이다.
랜디 커투어는 최근 영화계의 수요가 적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며 퀸튼 잭슨도 지금은 영화가 싫다고 말하지만 과거엔 주연을 얻어내자 격투기 은퇴 선언을 한 적도 있다. 1980년대 후반 잘나가던 헐크 호건도 최고의 자리를 마다하고 영화 쪽에 뛰어들었다가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성에 밀리자 다시 프로레슬링으로 돌아온 일도 있다.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은 최근 키스 자르딘과 같이 영화에 나온다고 하는데 원래는 앤더슨 실바도 출연 예정이었을 정도로 영화판에선 종목에 관계없이 서로 섞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B급 영화에 나오며 예외적으로 더 락이 A급 영화에 자리를 잡자 프로레슬링을 쳐다보진 않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선수들 중 연기력에선 과연 누가 강자인지 찾는 것도 새로운 재미라 하겠다.
<사진=바티스타 공식홈페이지, 킴보 슬라이스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