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일본열도를 뒤흔든 강도 8.9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격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 20일 펼쳐질 UFC 128에서 네이트 마쿼트와 대결할 예정이던 추성훈 선수가 천재지변으로 인해 불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국가적 위기에 빠진 터라 심리적으로 편치 않으며 경기에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될 법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우리에겐 추성훈 선수가 빠져 아쉽지만 그 자리에 댄 밀러가 들어가서 네이트 마쿼트와 대결할 예정이라 하며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는 추성훈 선수의 안전함을 확인했고 기꺼이 배려하면서 경기 불참도 흔쾌히 승인하기도 했다.
경기 불참에 앞서 추성훈 선수는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집이 흔들렸고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을 술회하면서 지진이 심리적으로 상당한 충격이었음을 고백했기에 좀 더 멀리 보는 입장이라면 경기 불참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된다. 아직도 여진이 있으며 제2의 폭발 우려도 있는 상황인지라 가족들이 있는 일본에 신경을 써야 하니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명하게 선택했다고 본다. 추성훈 선수는 일본에 남아 재난 복구에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이라 밝혔기에 그의 뜻대로 잘 이뤄지길 바란다.
각광받는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와 ‘천재’ 존 존스의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와 더불어서 크로캅과 추성훈 선수의 출격이 있기에 UFC 128 대회는 우리나라에선 큰 관심을 끌던 터라 다소 아쉬움도 남지만 개인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는 있겠다.
추성훈 선수와 달리 일본의 또 다른 정상급 스타 가와지리 타츠야는 4월 9일 미국 현지에서 경기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는 추성훈 선수와 대조를 이루지만 최근 일본 종합격투기 대회 DREAM의 개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에서 활로를 찾는 터인지라 결정은 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가와지리 타츠야는 길버트 멜렌데즈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자꾸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입장인지라 놓칠 수 없는 기회라 판단한 듯하다. 그에게는 약 4년 4개월 만의 복수전이 될 수도 있고 지난 해 말 일본에서의 경기에서 조쉬 톰슨을 이겼으며 최근 이브스 에드워즈, 루이스 아젤레도 JZ 칼반 등의 외국인 강자들도 잡았기에 미국 무대 진출의 적기인지라 비록 조국의 위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경력으로 본다면 나쁘진 않은 선택인 듯하다.
나라의 재해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의 판단이니 뭐라 할 수 없을 듯 하다. 각자의 선택이 좋은 결과로 귀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