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리그를 조망하면 국내와 해외의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고리그의 스타보다는 한국 선수의 활약이 중요하기에 축구에서도 스페인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리그의 한국 선수 스포츠 뉴스의 1면을 장식하곤 한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우리와 친숙한 이들의 동향은 당연히 관심거리이고 금년 일본 야구가 주목을 받는 것도 박찬호, 이승엽, 임창용, 김태균 등의 활약이 일본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UFC 128회를 보면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와 존 존스의 대결이 펼쳐진 UFC 128회도 우리나라만의 시선이 작용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UFC 측의 입장에선 ‘쇼군-마치다’라는 브라질 선수들 간 대결하던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은 ‘잭슨-에반스’의 대결과 비교할 때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은 1/4 이상 줄었기에 쇼군은 그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아니었다. UFC는 미국 팬들이 좋아할 선수가 나오길 바랬던 것이다. 이번 대회는 해외에서 펼쳐질 계획이 있을 정도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챔피언이 해외에서 방어전을 펼치는 건 흥행이 좋지 않을 때나 나올법한 일이며 그만큼 기대감이 없다는 뜻이다.
UFC는 한 때는 포레스트 그리핀이란 자신들이 키운 스타에게 기대도 걸었지만 실력의 한계가 명확했기에 100만 가구 판매를 돌파한 라샤드 에반스, 퀸튼 잭슨이나 떠오르는 샛별 존 존스를 타이틀 구도에 원했었다. 그래서인지 에반스가 부상으로 빠지자 라이언 베이더를 꺾은 존 존스에게 바로 타이틀 도전권을 줬고 존스는 주최 측의 기대에 걸맞게 승리하면서 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다. 조쉬 바넷이라면 치를 떠는 데이너 화이트에게 최연소 챔피언 자리를 갈아치우는 선물까지 덤으로 주면서.
UFC는 철저하게 흥행 본위의 단체이다. 최근 스트라이크 포스까지 통합하면서 격투기의 본질을 찾고 세계 최강을 가리는 것에 충실할 듯하지만 결국은 이벤트 판매를 통한 수익 증대가 이들의 핵심 사업이다. 그렇기에 아마추어 레슬러들에게 유리한 규정을 고수하면서 자국 선수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만약 일본 격투기의 룰이 적용된다면 지금 UFC의 챔피언들이 반드시 세계 최강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자국에서 뜰 선수에게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건 과거 일본 단체보다 덜 하긴 하더라도 UFC도 분명 밀어주는 선수가 있다.
우리는 PRIDE의 추억이 너무 강해서인지 그 시절의 스타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PRIDE의 붕괴는 이미 5년 전 일이고 그 시절의 스타들은 퀸튼 잭슨, 쇼군 후아, 앤더슨 실바를 제외하곤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표도르는 그나마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간판으로 썼고 최근 시청률이 오르긴 했지만 은퇴를 번복하면서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고 크로캅은 이미 UFC에 왔을 때부터 한계가 드러났다.
UFC는 PRIDE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들은 캐나다 사람 GSP를 마케팅의 첨병으로 내세웠지만 그만큼 흥행이 잘 되기 때문이며 웬만하면 자국 스타들에게 의존한다. 아직도 초짜의 티를 벗지 못했지만 흥행에서 대박을 치는 브록 레스너가 좋은 사례이다. 이런 상황과 반대로 얼마 전엔 료토 마치다의 퇴출설이 나왔는데 이는 그의 경기 스타일이나 흥행성적에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패배까지 있었던 마치다로서는 속이 탈 노릇이나 칼자루는 UFC가 쥐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UFC와 다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예전에도 말했듯 해외의 단체는 어느 정도 해외의 시선으로 봐줄 필요도 있다. 쇼군 후아의 붕괴가 우리에겐 충격적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지에선 존 존스의 약진이 화두였고 주최측도 존스가 이기자 엄청나게 밀어주기를 시작하는 분위기를 보더라도 챔피언 교체를 염두 한 건 분명하다. 이 부분을 국내팬들이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새롭게 뜨는 스타들을 간과하다가는 격투기는 추억 마케팅에 의존하고 결국 마이크 타이슨을 꺾은 제임스 더글라스의 시대로 인식하면서 팬들이 떠날 수 있는 것이다. 표도르, 크로캅,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의 붕괴가 격투기의 끝도 아니고 그들의 전성기는 현재 UFC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영장부가 엉망이었단 점을 본다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타’를 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