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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의료비 보장을 약속한 UFC


격투가에게 있어서 악몽 중 하나는 패배만이 아니라 훈련 과정 중 부상을 입은 뒤 실제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는 일이다. 이 경우 훈련에 비용만 소모되고 대전료는 받지 못하며 의료비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이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국민의 대부분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그래도 낫지만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국민의 1/4가까이 되며 의료비가 비싼 터이기에 문제가 되곤 한다. 다큐멘터리 ‘식코’가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해외 선수들이 미국 현지 훈련 중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고 병원에 가는 경우 의료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필자에게 내원했던 환자 중엔 미국으로 여행 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수 천 만원을 썼다는 분도 있었고 유학생 친구들 중엔 보험을 안 들은 상태에서 찰과상으로 소독하고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50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낸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서 보험이 안 되면 고액의 진료비를 내야 하듯 해외 선수들은 보험이 없는 경우 치료에 난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선수라 하더라도 자국에서의 진료는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격투기 선수들은 정규직으로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대부분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규정 되어 있고 이들은 대부분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UFC가 이런 관행을 깨기 위해서 2011년 6월 1일부터 의료 보장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이는 보험제도가 괜찮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해외 선수들에게는 큰 혜택이다. 훈련 중 부상은 물론 ZUFFA와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입는 사고에서 모두 다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교통사고는 물론 경기와 무관하게 넘어지거나 못을 박다가 다치더라도 보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선수의 예를 들자. 격투가 티토 오티즈는 부상을 입어 보험 청구를 했으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훈련 중 부상을 입었다는 말을 남겼다는 이유로 경기에서의 부상이 아니기에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허나 지금과 같은 규정이 소급된다면 부상치유와 관련된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인해 350명에 가까운 ZUFFA 소속으로 UFC 혹은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뛰는 선수들이 수혜를 입게 되었다. 실전처럼 치르는 훈련 과정 중에 부상이 올 수도 있으나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본인이 고스란히 손해를 안아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고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 뛰는 자사의 선수들 모두 혜택을 입기에 ZUFFA의 독주는 더욱 공고할 것이라 여겨진다.

이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선수 노조가 결성될 듯 한 분위기에서 미리 사전에 치고 나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카지노 재벌 퍼티타 형제가 카지노 사업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과정에서 노조 문제로 인해 복잡했던 기억이 있어 격투기에서는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있는 걸로 보인다. 이젠 은퇴한 랜디 커투어를 비롯한 선수들이 노조 결성을 고민하고 있기에 대응하는 작전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은 사라진 단체 IFL도 선수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한 적이 있기에 처음은 아니나 적자가 누적되었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던 UFC, 허나 최근 그들은 경영이 아주 잘 되고 있으므로 한해 약 4천만 달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지만 의료비 보장으로 단체의 운명이 좌우될 정도는 아니라 생각된다. 여하튼 선수들에게 좋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방침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