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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조쉬 바넷의 멋진 승리


 

조쉬 바넷은 PRIDE 시절엔 헤비급 4강에 꼽혔으나 일본 격투기 무대가 위축되면서 소식이 뜸해진 파이터이다. 2006년 이후 6연승을 이어갔지만 다소 약한 상대들과 맞서 승수를 쌓았다는 평가도 따랐고 격투기보단 일본 프로레슬링에서 주로 활약하면서 격투가로서 내리막길을 걷는 것으로 여겨졌다.


최연소 UFC 챔피언이던 시절 약물 도핑에서 적발된 탓에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와는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지만 UFC의 모회사 ZUFFA가 점점 격투기에서 영토를 확장하자 그의 입지는 그것에 비례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터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 UFC에 맞선다는 포부를 갖고 출범한 ‘어플릭션’이란 단체가 그와 표도르의 대진을 통해 흥행부진을 타개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를 앞두고 약물 도핑에서 적발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에게는 약물남용자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어플릭션이 단체를 접고 UFC와 다시 손을 잡자 격투기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작은 단체들 말고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도 나왔지만 꼭 그러란 법은 없는지 시간이 흐르자 다시 희망이 생겼는데, 2위 단체였던 스트라이크 포스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헤비급 8강 토너먼트에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UFC에 맞서기 위해 그들이 끌어 모을 수 있는 파이터들을 대거 등용했고 바넷은 그중 한 자리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쉬운 조에 편성되면서 대진 운이 좋다고 평가된 조쉬 바넷은 예상대로 브렛 로저스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현지의 일반 시청자들에겐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키진 못한 이번 스트라이크 포스 이벤트는 그래도 해외의 격투기 매니아들로선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미국 내 위상을 확인할 기회였는데 기대와 달리 베흐둠과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반면, 바넷은 한 수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브렛 로저스를 제압했고 최근 받던 비난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바넷은 현대 격투기에서 매우 독특한 파이터이다. 매니아적인 취향으로 일본의 마이너 문화에 빠져있고 칼 고치, 빌리 로빈슨 등이 이어간 프로레슬링의 실전형 스타일인 ‘캐치 레슬링’의 흐름을 이어받았다면서 남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구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낯선 스타일로 인식되면서 상대에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주고 팬들에겐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은 각 주마다 법령이 소급되는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약물이 적발되면서 선수로서 자격이 정지된 바넷은 이번 대회가 펼쳐진 텍사스에서도 선수 자격이 허용되지 않다가 경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허가된 것이다. 바넷은 나름 복잡한 과정을 겪고 승리를 챙겼다.


격투기 시장 전체로 보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조쉬 바넷은 국내에서 과도하게 비난을 받는 편이다. 어플릭션 대회가 취소되었다는 이유로 그가 잘나가는 대회를 망하게 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어차피 적자가 누적되어서 망할 대회였고 바넷이 빠지면서 명분을 얻었을 뿐, 그가 메인이벤트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혼자서 잘나가던 단체를 망쳤다고 보긴 어렵다. 바넷은 약물 재심도 청원했으나 다시 한 번 양성판정이 나왔던 전력도 있기에 단체로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겠다.


바넷은 다음엔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와 상대할 예정인데 지금으로선 그의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고 혹자는 바넷의 우승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데이너 화이트가 바넷의 우승을 예상했었던 점도 흥미롭다. 만약 바넷이 약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승까지 한다면 과거 PRIDE 헤비급 4대 강자인 표도르, 노게이라, 크로캅이 내리막길을 가는 상황에서 꽤나 흥미로운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인생 참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