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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정치인으로 돌변하는 WWE 사장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WWE의 경영을 이끌다가 물러난 린다 맥맨이 최근 상원의원에 도전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WWE의 최대 주주 빈스 맥맨의 아내인 린다는 법학대학원을 이수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인재로서 주주총회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답변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주주들에겐 빈스 맥맨에 비해서 호평을 받는 인물이다. 가끔 방송에 나와서 경기에 관여한 적도 있는 그녀의 이번 의원 도전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많은 상태이다.

우선 재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한 터라 현재까지 100만 달러 이상을 썼고, 3000만 달러(약 345억)까진 쓸 용의가 없다면서 100만 달러도 다 쓰기가 어려운 다른 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코네티컷 주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도드를 상대하기 위해 린다는 공화당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공화당의 몇몇 인사들은 린다가 당내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랍 시몬스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린다는 공화당 경선 후보 중 가장 강력한 랍 시몬스가 몇몇 금융기업과 연루된 상황에서 다소 투명치 못하다는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이기에 공화당 측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문제가 커져 누가 후보가 되든 상처를 입어 정작 본선에서는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에게 힘도 쓰지 못하고 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프로레슬링과 연관되었기에 당에 폭력성이나 선정성 논란을 야기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이 공화당 일부 인사들의 인식이라 한다. 이것에 대해 린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의 사례를 들면서 일과 정치는 분리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WWE 측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미국 주류 사회에서도 관심을 보일 린다의 상원의원 출마를 나쁘게 보진 않는다고 한다. 공중파나 주요 언론에 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WWE로서는 비록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홍보가 되고, 만에 하나 상원의원이 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홍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를 위해 WWE는 방송수위를 많이 낮췄고 여성들이 몸매를 많이 드러내는 건 다소 자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후보들의 역공격은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로 변신한 이 분야 관계자들은 적진 않다. 일본의 하세 히로시는 3선 상원의원에 차관까지 지냈으며 지한파 의원으로 알려졌지만 가끔 보수 우익의 발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드빅 볼가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토니 햄는 UFC에서도 한 경기를 치렀고 WWE에서도 활약했으며 복서이기도 했는데, 핀란드의 국회의원이 된 후 좌충우돌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생소한 ‘개혁당’ 후보로서 선거에 참여해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낸 제시 벤추라도 있고, 미르코 크로캅은 격투기에서의 인기를 국회의원까지 끌고 간 격투가이기도 하다.

린다는 재력을 바탕으로 고급 인재들을 채용해서 선거에서 이길 전략을 짰고 이미 공중파의 프라임타임에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NFL에도 광고를 내보냈다고 하는데, 재미있게도 그녀의 출마주인 코네티컷 주는 대부분 뉴욕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받기에 뉴욕에서 광고를 내야 하는 터라 투표도 하지 않을 유권자들에게 쓸데없이 돈을 쓰는 상황이 되고 있기도 하다.

공화당 랍 시몬스의 금융기업 관련 문제를 파고 들어가 그를 꺾은 뒤, 현재 인기가 많이 떨어진 민주당 크리스토퍼 도드 후보를 이긴다면 린다의 꿈은 이뤄지겠지만 린다의 출마예정지는 공화당이 40년 이상 이기지 못한 곳이라 사실 힘든 일이 아닐까 싶은데, 만약 이긴다면 프로레슬링 관련 사실 뿐 아니라 지역의 성향을 바꿨다면서 더욱 큰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 뛰어든 이 열혈여성에게 과연 어떤 결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WWE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