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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블라니 K리그 사용문제, 나이키의 통큰 결단을 기대한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올시즌 K리그에서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남아공에 도착해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25명의 대표선수들과 2주간 훈련과 3차례의 평가전을 소화한 허 감독은 14일 오후 대표팀 숙소인 포트 엘리자베스 팩스턴 호텔에서 남아공에서의 전지훈련 일정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허 감독은 이 자리에서 "무리한 요구는 안되지만 자블라니 적응을 위해서라도 프로축구연맹이 스폰서의 양해를 구해 월드컵 전까지 두 달여 동안이라도 K-리그에서 사용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허 감독은 앞서 지난 10일에도 "K리그에서는 자블라니가 아닌 다른 볼을 쓴다. 월드컵은 국가를 대표하는 이벤트다. 스폰서 문제가 걸려있지만 월드컵 전까지는 양해를 받고 모든 팀이 자블라니로 K리그를 치렀으면 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물론 월드컵에 출전할 정도의 기량을 지닌 프로선수들이 공의 성질에 따라 경기력에 큰 기복을 보이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다. 또한 월드컵 공인구가 자블라니라 하여 올시즌 전세계 모든 프로리그에서 자블라니를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동의하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현재 허정무호가 자블라니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팀들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열세이거나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인구 적응에 마저 실패한다면 예선통과의 가능성이 한층 줄어든다는 점에서 허정무 감독의 요청은 매우 절박한 성격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현재 K리그를 주관하고 있는 프로연맹의 입장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박용철 프로연맹 홍보마케팅부장은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소리를 했겠는가"라며 허정무 감독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는 공식 스폰서로 이미 나이키와 계약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계약 문제가 아니라도 자블라니를 올 시즌 K리그에서 사용하는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사용할 나이키사의 K리그 공인구는 이미 각 구단에 배포된 상태인데, 만약 자블라니가 배포될 경우 시즌 중간에 경기구를 바꿔야 하는 구단들의 입장에서는 한 시즌에 두 가지의 새로운 공을 놓고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은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위해 구단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할 수도 있는 문제다.

따라서 자블라니를 올시즌 K리그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사용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한 칼자루는 아무래도 프로연맹과 경기구 제공 등 현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는 나이키 측에서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계약 내용상 프로연맹이 나이키 쪽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그 이전에 나이키 측에서 먼저 프로연맹 측에 아디다스의 자블라니를 올시즌 K리그 전반기 공인구로 사용는 문제를  양해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동안 나이키는 K리그 관계자들과 팬들로 부터 그야말로 '돈이 되는' 국가대표와 축구협회쪽에만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며 후원을 하는 반면 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K리그와 구단들에는 그야말로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그러나 자블라니 사용 문제에 관련해 나이키가 먼저 나서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위해 K리그 2010 시즌 절반에 대한 스폰서로서의 권리를 양보한다'는 결단을 내려준다면, 그래서 올시즌 K리그에서 자블라니를 사용함으로써 선수들이 월드컵 공인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허정무호가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나이키는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숨은 공신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 이미지 제고효과는 나이키가 향후 축구협회나 프로연맹과의 계약을 이어가는데 있어서도 아디다스 등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대표 스폰서로서 나이키의 통큰 양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