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돔구장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 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29일 포스코건설과 돔구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만-3만5천석 규모의 돔구장 건설을 2011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3년 하반기에 완공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외에 복합개발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기로 했고, 포스코건설은 돔구장을 건설해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지난 5일 광주시에 공문을 보내 "양해각서에 따라 돔경기장 개발사업을 위해 분야별 사업 추진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수익 사업을 통한 돔구장 건설 재원확보는 미흡하고 광주시의 장기적인 개발계획 및 발전방향과도 맞지 않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핑계는 '광주시의 장기적인 개발계획 및 발전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한 마디로 돔구장을 지을 만한 돈도 없고, 어찌어찌 빚을 내서 지어봐야 수지타산도 맞추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포스코건설 측의 이와 같은 태도는 야구장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상식을 가진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박광태 광주시장 단 한 사람만을 빼고 말이다.
박 시장은 포스코건설의 돔구장 건설 포기 결정이 내려진 이후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돔구장 무산의 책임과 원인을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싸움 쪽으로 돌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렵게 유치한 민자투자를 정치적 논쟁으로 무산시키면 앞으로 대규모 민간자본의 유치를 어떻게 하겠냐”며 “시정에 대해 모든지 트집하고 비판하고 발목을 잡는 것은 광주지역의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광주는 지역적으로 민자투자의 경험이 적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광주는 앞으로 민자투자가 어렵지 않겠냐”며 악담에 가까운 시장으로서는 다소 부적절한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박시장의 이와 같은 언급은 한 마디로 돔구장 건설 무산이 오로지 정치놀음에 눈이 먼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은밀한 방해공작으로 말미암은 결과라는 주장으로 다분히 차기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용섭 의원은 전날인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야구장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돔구장 건설 문제는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후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그 이유에 대해 “현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광주시장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각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결론이 유도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돔구장 건설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되고, 주변 개발까지 2조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가 광주 경제와 시민들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을 모으기에는 주어긴 시간이 너무 짧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사업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과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고, 도심공동화와 아파트 미분양 문제 등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그동안 광주시가 돔구장 건설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듣는 노력에 소홀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와 같은 언급 배경이 정치적인 것이든 순수한 것이든 간에 그 지적 만큼은 돔구장을 둘러싼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전혀 쓸데없는 말은 아니었다.
사실 그동안 돔구장 건설에 대한 계획은 광주 뿐 아니라 서울 고척동, 안산, 대구 등 여러 도시에서 발표됐다. 그러나 그 계획들이 모두 발표만 됐을 뿐 돔구장 건설이 한국 야구 실정에 맞는지, 돔구장의 운영면에서 적자운영을 탈피할 만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돔구장에 건설에 대한 논의 속에서 상당수 야구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의견은 돔구장 한 개 보다는 그 돈으로 여러 개의 일반 야구장을 현대식 시설로 개보수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차체 가운데 이와 같은 합리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인 지자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광주시도 마찬가지였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돔구장 건설 무산에 대해 덮어놓고 '남탓'부터 하기 전에 상황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박시장은 수 차례 새로운 야구장 건립을 시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제대로 된 약속이행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광주 야구팬들은 돔구장이 아니더라도 온가족이 편안하게 보고, 즐기고, 쉬다 올 수 있는 그런 야구장을 원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부상염려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마음껏 플레이 할 수 있는 그런 야구장을 원했다.
하지만 새 야구장 건설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박 시장의 '돔구장 일방통행'을 지켜보며 박 시장의 새 야구장 건설에 관한 인식이 이와 같은 팬들과 선수들의 바람에 기반한 것인지는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무리한 돔구장 건설 추진은 무산 됐고, 박 시장의 야구장 건설 약속은 또 한 번 부도난 수표가 됐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이용섭 의원을 비롯한 차기 시장 선거 출마자들의 정치 놀음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야구장 건설 공약으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본 사람이 박시장 자신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돔 야구장 건설 발표부터 최근까지 뜻있는 지역민들과 전문가들의 말은 무시한 채 혼자 신나서 북치고 장구쳤던 박 시장의 원맨쇼가 이번과 같은 난감한 상황을 불러온 가장 주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박 시장 스스로 뒤늦게나마 깨닫기를 바란다.
또한 지난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V10'과 함께 새 야구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활짝 펴져있던 광주시민들의 얼굴이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찌푸려졌다는 사실도 아울러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SS파워블로거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