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게이 프로레슬러' 크리스 캐년의 자살


1970년생 크리스 캐년은 만 40세에 자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레슬링에 빠져든 캐년은 운동을 좋아했지만 대학졸업 후 심리상담사의 길을 가다가 중간에 직업을 바꾼 경우로 특이하게도 여성 프로레슬러 패뷸러스 물라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캐년보다 잘난 사람 나와 봐!’라 외치면 팬들은 ‘에브리바디’라고 답할 정도로 카리스마는 대단치 않았지만 기량은 꽤나 수준급이어서 새로운 기술들을 많이 선보였다. 에지의 ‘다운워드 스파이럴’은 그의 ‘플랫라이너’에서 차용한 것이다. 빼어난 기량덕분에 유명 방송진행자 제이 레노의 WCW 경기를 위한 지도자로 낙점될 정도였고 레슬링 영화에 출연하는 영화배우 데이빗 아퀫에게 역시 가르침을 주었다.

2001년 WCW가 WWE로 매각된 후 동료 선수들과 같이 이동을 했는데 당시 양 단체의 라이벌구도 분위기에서 기존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쓰였으나 시 흡수합병 된 회사의 소속이었던지라 파워게임에서 밀렸고 게이라는 소문은 더더욱 그의 입지를 좁혀갔다. 어깨부상과 단체의 냉정한 평가로 인해 자주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 2004년 2월 WWE에서 계약해지가 된다. 2005년 초반 잠시 2위 단체 TNA에 등장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하자 더더욱 설 자리가 좁아졌다.

캐년은 레이븐, 마이클 샌더스와 의기투합해 WWE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승리하진 못했다. 당시 캐년만은 게이이기에 계약해지가 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게이라는 사실은 많은 프로레슬러들의 반감을 사면서 명성에 비해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과거에 비해 초라해지는 모습 때문에 우울증을 비롯한 신경증을 겪기 시작했다고 한다.

캐년은 온라인상의 이슈를 만들기 위해 게이가 아니라 양성애자라는 두 번째 충격고백을 했지만 동성애자와 별 차별화를 갖기 못했고 세 번째 충격고백으로 사실은 동성애자라고 고백했지만 여전히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캐년은 우울증, 양극성장애,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추론이 있었지만 항상 자살할 가능성은 존재했고 실제로 과거에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시도를 했었다. 약처방을 받았지만 증상은 갈수록 악화되었고 결국 자살을 감행한 것이다. NY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캐년의 옆에는 항우울제와 유서가 있었고 약물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약물이 소량이면 치료에 쓰이지만 과량으로 치사량이 넘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업계에 안 좋은 소식이 터졌다. WWE로서는 현재 자사의 소속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모두를 떠안을 수도 없겠지만 화려한 주목을 받다가 점점 잊혀져가면서 생활의 곤궁함을 겪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사진=크리스 캐년 My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