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환의 선전을 빌어주자
‘짱돌’로 유명한 차정환이 근 2년만의 공백을 깨고 다시 링으로 돌아온다. 일본의 2위 단체 센고쿠에서 갈라져 나와서 2010년 새롭게 출범하는 ‘아스트라(ASTRA)’라는 단체의 대회에 대한민국 대표 격으로 나가는 그는 그간 이 분야의 상황 변화에 따른 대회의 부재로 인해 아쉽게도 한동안 잊혀진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반갑게도 대회 참가소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근황을 알렸다. 그가 나가는 대회 ‘아스트라’는 일본 유도의 전설이자 전기영 선수의 라이벌이라 스스로 칭하는 요시다 히데히코가 격투기 은퇴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전 대회에서 만난 그는 농구선수 이상민과 비슷한 외모에 차분한 성격, 성실한 태도를 갖추고 있어 참으로 훌륭한 청년이란 인상을 받았는데 대회들의 잇단 취소와 갈수록 쉽지 않아지는 이 분야의 환경으로 인해 많은 고생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상대는 쉽지 않다. 일본의 스타이자 최근 최고 단체로 각광받는 UFC 출신의 '피라니아' 초난 료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은 아니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망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지금으로선 일본에서 우리나라 선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척박한 현실에서 2년 넘게 절치부심하면서 부상을 이기고 실력을 닦은 차정환은 선수로서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정환은 주짓수 파이터로서 대한민국에선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아쉬운 건 상대에 비해 경험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UFC는 물론 과거 최고 단체 PRIDE, 그리고 일본의 중상층 단체 DEEP 등에서 맹활약했고 자국의 스타로 인정받는 초난 료에 비해 링에서의 경험이나 최근 활동을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객관적인 열세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난 료가 일본 무대에서 좀 더 월등한 기량을 보인 것도 마음에 걸린다. 홈그라운드란 장점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동등한 실력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해외에서 상대 국가를 축구로 꺾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격투기는 의외성이 있다. 제대로 한 방 걸리거나 틈을 노린다면 역전승도 가능할 수 있으며 특히 초난 료도 지금 미들급 절대 최강이라 꼽히는 앤더슨 실바에게 과거에 열세라 생각되었음에도 서브미션 승리를 거둔 적도 있기에 이번에 차정환이 그런 결과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초난 료와 실바의 차이만큼 차정환과 료의 간극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제 실력만 발휘하고 틈을 찾는다면 해외 원정승리도 분명 꿈은 아닌 것이다.
원래는 데니스 강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대한민국 파이터를 찾는 중 기회를 얻었기에 대타의 행운도 한 번 기대해보고 싶다. 지금은 프로야구가 워낙 인기이고 케이블 채널에서 스포츠가 드라마에 밀리는 터라 과거와 달리 대회에 대한 채널의 관심들이 많이 적어 아스트라 역시 방영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많이 낮지만 그래도 노력해온 청년의 멋진 결과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