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의 열풍은 남미에서 브라질을 제외하곤 선풍적이진 않지만 아르헨티나의 젊은이들 사이에선 서서히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한다. 축구에서 보인 브라질과의 라이벌 관계만큼은 아니지만 타고난 신체능력으로 점점 좋은 선수가 발굴되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한 젊은 선수가 훈련 중 부상으로 인해 요절하면서 좋은 흐름은 끊어진 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 30세인 프란코 레스카노는 지난 달 말 경추골절로 인해 사망했다. 격투기 데뷔전을 앞두고 체육관에서 강훈련을 하던 그는 훈련 중 경추 두 군데가 골절되면서 그 이하로 마비가 왔고 결국 부상이 발생한지 21일 만에 운명을 달리하고 만 것이다. 그의 지도자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다르면 레스카노가 태클을 시도하다가 상대의 길로틴 초크에 걸린 뒤 목에 타격이 크게 가는 방식으로 떨어졌고 이것이 경추골절을 유발했던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아직 격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터라 같이 훈련하던 데이빗 잘라카는 2급 살인으로 기소가 되어버렸고 그가 훈련하던 도장은 실제론 인가를 받지 않았던 곳이라 폐지는 당연하며 지도자도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경추골절에 의한 요절이나 치명적인 부상은 꼭 격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프로레슬러 미츠하루 미사와는 경추골절로 인해 사망했으며 NFL 출신으로 WWE에서 활약하던 대런 드라즈도브는 경기 중 ‘라이거 밤’이라는 기술에 맞은 뒤 목 이하로 마비가 되어버렸고 팔의 일부 감각은 찾았으나 거의 동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슈퍼맨’으로 유명했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로 인해 유발된 경추골절로 인해 그 이하로 마비가 와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결국 운명을 달리했으며 특히 승마는 이런 끔찍한 부상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가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허리를 다치면서 그 이하로 마비가 왔고 승마기수는 말이 넘어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사망하기도 했는데. 체조에서도 착지과정에서 충격을 입어 과거의 동작을 더 이상 보이지 못한 채 휠체어를 타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미식축구 NFL에선 공중으로 뛰어 공을 잡는 과정에서 상대의 태클에 맞아 착지를 잘못해서 경추골절이 유발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지금 아르헨티나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격투기 초창기에 링에서 요절했던 선수의 사례와 매우 비슷하게 다뤄지고 있다. 의료진의 체계적인 사전 체크 없이 바로 링에 올렸다가 문제가 되었고 결국 시설폐쇄까지 이어진 것처럼 비인가도장이라는 점은 아르헨티나에서 쉽게 간과되는 분위기가 아닌 듯 하다.
이를 놓고 격투기를 바로 요절로 이르는 길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런 논리라면 승마나 미식축구가 훨씬 더 위험하니까. 격투기에서 경추골절로 인한 사망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라 여겨지므로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일 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일이 잘 풀리는 상황에선 별 문제 없이 넘어가겠지만 법적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경우 만에 하나 사고가 터지면 타인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 불법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생각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으므로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본인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만에 하나 나에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그것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고 업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