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록 레스너를 이긴 UFC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는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으로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지만 사실 그의 아마추어 이력은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 선수권 대회 NCAA에서 2006년 4위에 입상한 것이 최고였고 이 또한 나쁘진 않지만 자국 대표를 꿈꾸기엔 어림없는 성적이었던 것이다.
현실을 깨우친 케인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과정에서 종합격투기로 들어섰고, 운이 좋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입문 몇 주 뒤에 강자 폴 부엔텔로와의 그라운드 대결을 했지만 아마추어 레슬링을 바탕으로 한 실력을 보이면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곧 입식타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자 많은 이들은 천재라고 평가했고 얼마 뒤엔 미래의 챔피언으로 불렸다.
작은 단체를 거쳐 2008년 4월 UFC에 등장한 케인 벨라스케즈는 브래드 모리스, 칙 콩고, 벤 로스웰,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차례로 넘었고 브록 레스너를 무너뜨리면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만약 종합격투기가 요즘 같이 커지지 않았다면 그의 진로는 다소 모호하지 않았을까 싶다. 2006년 미국 대학 선수권 NCAA 헤비급 4위론 올림픽에 도전하기 어렵고 아마추어 레슬러 중 일부가 프로레슬링에 유입되지만 커트 앵글, 브록 레스너, 대니 호지, 잭 브리스코처럼 확실하게 성공할 케이스는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그와 같은 토너먼트에서 7위를 차지한 잭 스웨거도 지금은 다소 모호한 입장이고 실전과 프로레슬링의 경기력 및 쇼맨십은 다른 차원의 일이니까. 현재의 성공으로 본다면 케인 벨라스케즈의 종합격투기 진출은 최적의 진로라 하겠다.
그런 강자 케인 벨라스케즈에게도 천적과 같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현재 미국 3위 단체인 ‘벨라토르’의 헤비급 챔피언 콜 콘래드이다. 2회 NCAA 챔피언으로서 대학시절 155승 13패를 기록했으며 북미권의 팬암 대회에서 우승했기에 아마추어 이력에선 케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콜 콘래드는 두 차례나 케인을 꺾었다고 한다.
허나 그 역시 올림픽 레벨은 아니었고 주변 동료들이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자 케인보단 늦게 합류했다. 2010년 1월 종합격투기에 데뷔 한 콘래드는 올해 벌써 7경기나 치렀고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벨라토르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콘래드는 미네소타 주립대 출신으로 대학 선배 브록 레스너와 같이 훈련하는 파트너인 것은 이채롭다.
그럼 종합격투기에서도 케인 벨라스케즈를 앞설까? 물론 데뷔 1년 만에 많은 것을 이뤘고, 나이가 1984년생이기에 어떻게 성장할지는 알 수 없으니 이른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시점에선 아닌 듯하다.
일단 벨라토르는 UFC보다 위계가 낮은 단체이며 스타일이 지루하고, UFC급이 아닌 선수들에게 판정승이 네 차례나 있기에 종합격투기로만 본다면 케인 벨라스케즈에게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물론 콘래드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기에 너무 이른 판단 같지만 이런 걸 보면 사람은 항상 앞설 수는 없고 자기의 능력을 잘 발휘할 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꼭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역전한 이들은 세상엔 많다.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이 비전이 있는 경우 뛰어든다면 그건 성공을 향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