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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제 길을 찾아 성공한 알베르토 델 리오

일본 연말이벤트에 복면 격투가 근육맨 만타로가 등장했다가 밥 샙에게 진 경기가 있었다. 가면이 돌아가 시야를 방해받은 상태에서 타격에 의해 당한 패배로 격투기에서 가면은 도움이 안 되는 좋은 증거이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근육맨 만타로 이전에 가면을 쓴 격투가가 있는데, 그는 바로 도스 카라스 주니어다. 당시 PRIDE는 잘 나가던 미르코 크로캅을 상대로 신인들 중 지원자를 받았는데 멕시코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친이 유명 프로레슬러 ‘도스 카라스’이고 삼촌은 일본에서 단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밀 마스카라스’란 혈통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승부가 뻔한 ‘떡밥’ 경기임은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단체들에서도 3승 2패 정도의 실력이었던 도스 카라스 주니어는 당시 정상급인 크로캅을 상대로 1라운드 46초 만에 전매특허 하이킥 혹은 헤드킥을 맞고 실신해버렸다. 복면을 쓴 사내가 쓰러진 비주얼은 한동안 방송에 요긴하게 쓰였지만 당한 선수로서는 너무도 비참했다.

도스 카라스 주니어는 PRIDE에서 나카무라 가즈히로에게 패한 뒤 퇴출되었고 작은 단체에서 승리를 쌓아 총 9승 5패를 기록했으나 격투가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보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원래 2000년 올림픽 멕시코 국가대표로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입상이 어려웠기에 국가에서 출전시키지 않아 참가하지 못했던 도스 카라스 주니어는 격투기에서 성공하지 못하자 다시 프로레슬링으로 돌아갔다. 아마추어 레슬러나 격투가로서 실패했고 프로레슬링에서도 부친이나 삼촌의 카리스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만 받았기에 답답했지만 갈 곳은 많지 않던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나마 변화가 있다면 과거 속했던 AAA에서 전통의 단체 CMLL로 갔다는 점이었지만 CMLL은 경쟁에서 밀리는 중이었기에 내리막길로 보였다. 그래도 나름 처절한 변신 끝에 챔피언에 오르면서 그간의 설움을 이겨냈고 이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제대로 된 성공이었다.
어려움 끝에 성공했기에 그것에 취할 듯도 한데 정상에 선 것도 잠깐, 그는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멕시코 출신 히스패닉 스타를 찾던 WWE는 도스 카라스 주니어에게 접촉했고, 현역 챔피언임에도 계약에 응한 것이다. 멕시코 정상 선수로서 모든 걸 버리는 건 모험이었고 급여도 줄었지만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도스 카라스 주니어는 WWE의 제휴단체 FCW의 연습생이 되어버린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새로운 문화는 쉽지 않았다. 왼쪽 위주인 멕시코 프로레슬링과 달리 미국 레슬링은 오른쪽을 이용하기에 완전 반대였기 때문이다. 중간에 이탈의 욕구도 있었고  퇴사 직전까지도 갔지만 다시 남기로 결정하면서 최선을 다 했고 이는 느끼한 부자 캐릭터 알베르토 델 리오로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알베르토 델 리오는 멕시코에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평가받았지만 WWE에선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말을 들으면서 2011년 로열 럼블에서 우승했고 레슬매니아의 메인이벤트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해 순식간에 간판급 선수로 올라섰다. 느끼하면서 돈 많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연출하니 과거 밀리언 달러맨, 얼마 전의 JBL 같은 캐릭터를 이어받았고 요즘은 가장 뜨는 악당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알베르토 델 리오는 아마추어 레슬링 올림픽 참가도 국가에 의해 하지 못했으며 종합격투기 역시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고민 끝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종목을 찾았고 노력이 더해지면서 성공을 맛 봤다. 그의 사례는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살아있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