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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격투 스포츠에서 위험한 망막박리


이번 UFC 129회 대회에서 제이크 쉴즈를 상대로 격전 끝에 웰터급 타이틀을 방어한 ‘GSP' 조르쥬 생 피에르가 부상으로 인해 경기 후 인터뷰에 나오지 못하자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의료진들의 초기 진단으론 망막박리의 가능성이 높아 인근 대형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야 했기 때문인데 다행히 안구 출혈로 진단되었고 열흘 정도 치유하면 완치될 것이라 한다.

GSP 측에서는 상대 제이크 쉴즈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눈을 찌른 것은 문제가 있고 심판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경기 운영을 미숙하게 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 중 눈을 찔려 안구 손상이 있고 출혈이 되는 경우는 적지 않은데 그래도 망막박리가 아니었기에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격투 스포츠에서 망막박리는 낯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복싱의 희망 김지훈 선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있었던 메디칼 검사에서 망막박리 초기로 진단되면서 마빈 퀸테로와의 10라운드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었다. 본인은 증상을 못 느꼈지만 의사의 진단결과 경미한 증세가 있었기에 치료가 불가피해 경기가 취소된 것이고 아쉬울 수도 있지만 선수의 건강을 위한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본다.

데니스 강 선수, 추성훈 선수와 경기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격투가 앨런 벨처도 망막박리로 치료받았으나 향후 선수로서의 전망은 다소 모호한 입장이다. 복싱의 전설 슈거레이 레놀드도 망막 박리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다가 회복에 성공해 다시 링에 오르기는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찾진 못하기도 했다.

강한 파이터들을 잡는 망막박리는 과연 뭘까? 망막박리는 안구의 중간층인 맥락막으로부터 눈의 뒤와 옆면을 싸고 있는 망막이 분리되는 증상이다. 빛에 민감한 망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시야에 문제가 생기는데 망막박리는 대체로 중년기나 노년기에 생기나 젊은 층에서는 과도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길 수도 있다. 안구에 충격을 받은 파이터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신경전달이 되지 않아 박리가 일어나도 통증이 없기에 본인은 모르나 방치하면 시야가 차츰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지훈 선수는 초기였기에 증상이 없었으나 충격이 더해지면 박리가 심해질 것이 우려되기에 의료진이 경기하지 못하게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진단기술이나 의료실력은 수준급이나 체육과 관련한 관리는 다소 서툴지 않나 싶다. 격투 스포츠에 자본이 많지 않아 진단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게 현실인지라 좋은 장비를 이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선수들의 전성기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진단이나 미리 예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