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타깝게 타계한 마초맨에 대해 애도하던 헐크 호건은 최근 그와 화해했다는 사실을 인터넷 트위터에 남기면서 화제에 올랐다. 1980년대 말 WWE에서 라이벌 관계로 떠오른 두 사람은 리그를 옮겨 WCW에서도 가끔 대립이나 화해를 이어갔는데 실제 사생활에서도 애증의 관계를 오가기도 했다. 그런 상황은 익히 알려진 터라 호건의 주장은 세월이 악연을 녹인 미담처럼 여겨졌다.
호건과 마초맨이 갈라 선 이유는 미스 엘리저베스가 가정 문제를 상담할 때 호건 부부가 이혼을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이혼한 후 이적했던 WCW에선 사업상 관계로 뜻을 같이 했지만 결코 친해지진 않았고 랜디 마초맨 새비지는 2000년엔 호건을 증오하는 랩앨범을 낸 적도 있었다. 음악 수준은 낮았지만 미스터 퍼펙트 커트 헤닉을 진정한 친구라고 평가하고 호건을 폄하하면서 자신의 의견은 확실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진짜 주먹싸움을 하자고 도발까지 했던 새비지는 호건에 대한 증오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드러내곤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둘의 화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마초맨은 2000대 중반 이후 프로레슬링계와 연락을 끊고 거의 은둔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연락하던 프로레슬러는 ‘크러쉬’로 알려졌던 브라이언 애덤스였는데 몇몇 동료들이 애덤스에게 연락해서 새비지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 경우에도 애덤스는 연락처를 넘기지 말라는 새비지의 부탁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연락처를 알 수 없자 애덤스에게 부탁해 본인의 연락처를 새비지에게 전달한 이들도 있지만 답전화가 온 경우는 없었다고 할 정도이니 사이가 안 좋은 호건과 전화해서 화해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마초맨 새비지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절친한 친구 브라이언 애덤스의 장례식이었다. 과거 이미지만 기억하던 이들은 흰 수염에 살이 찐 채 나타난 랜디 새비지가 아는 척을 하자 못 알아봤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챘다고 한다. 허나 이날의 만남으로만 그쳤고 연락은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마초맨은 은둔형 삶을 살았고 친한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을 정도이니 호건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거짓말을 자주하던 호건의 성향을 볼 때 이번에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저 표면적으로 좋게 보이고 꾸미는 성향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만약 호건이 화해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랬다고 말하더라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선수들은 인간관계에 중점을 둬서 사이가 나쁘면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으나 헐크 호건이나 프로모터 빈스 맥맨의 경우 필요한 경우 본인이 뜻을 굽히고 들어가서 화합을 시도하는 편이다. 빈스는 심지어 본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이들까지도 재고용하는 놀라움을 보이기도 하며 호건은 사이가 안 좋던 릭 플레어와 최근 다시 힘을 합치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릇이 크고 다르게 본다면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느 정도 합리화시키거나 과거는 쉽게 잊는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무장되었다고 하겠다. 다만 마초맨의 경우엔 연락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 화해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헐크 호건의 거짓말에 불만을 갖고 있는 옛 선수들은 적지 않다. 며칠 전엔 얼티밋 워리어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과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그 부분을 지적했고 브렛 하트와의 설전이나 스티브 오스틴의 혐오 등은 계속 있었던 일이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과의 화해 여부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겠고 확인할 길도 없으며 중년을 훌쩍 넘은 사람들이 자기의 방식으로 사는 것도 뭐라 하긴 어렵다. 그저 호건이 사는 방식이 그러하고, 어느 정도 업계에서 성공을 거뒀으니 선의의 거짓말 정도로 해석해도 될까? 헐크 호건이야 말로 표면적인 이미지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