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웅의 간접프리킥]
2009/2010 UEFA 챔피언스리그(UEFA Champions League)의 막이 올랐다. 유럽 최고의 클럽을 상징하는 빅이어 트로피를 향한 엘리트 클럽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바, 이번 시즌에도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의 계속되는 진군이나 갈락티코 시즌2로 무장한 레알 마드리드의 도전, 또한 최근 두 시즌 연속 4강에 3팀을 올린 프리미어리그 ‘빅4’의 강세가 이어질지의 여부 등과 함께 최근 유럽무대에서 쇠락하고 있는 세리에와 분데스리가의 부흥의 희망 등 관심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2월부터 시작하는 16강전 이후의 일정들은, 유럽 최고의 클럽들이 펼치는 외나무다리의 혈투가 각국의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넉아웃 토너먼트 시스템으로 펼쳐지며 수준 높은 경기들을 팬들에게 제공한다.
1955년 유러피안 챔피언 클럽 컵(European Champion Clubs’ Cup), 약칭 유러피안컵으로 출범한 이 대회는 이름 그대로 각국 리그의 우승 클럽에게만 출전자격이 부여된 유럽축구 역사상 가장 권위있는 클럽 대항전이었다. 1992년 조별리그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UEFA 챔피언스리그로 이름을 바꾼 이후 1997년에는 빅리그를 중심으로 출전 클럽수를 늘리기 위해 우승팀이 아닌 클럽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확대개편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회의 스케일을 키워 왔다. 먼저 지금까지 이 무대에서 기록된 역사적 사실들을 클럽과 선수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명문들의 경쟁
국가별로 구별하면 스페인의 클럽이 12회, 이탈리아와 잉글랜드가 각 11회, 독일과 네덜란드가 6회의 챔피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의 클럽 중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이 이 대회의 정상에 올랐고, 이탈리아는 AC밀란과 유벤투스(2회), 그리고 인터밀란(2회)이 챔피언의 역사에 남아있다. 잉글랜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에 더불어 노팅엄 포리스트(2회)와 아스톤 빌라(1회)가 유러피안컵 시절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이러한 명문들의 지배는 1992년부터 시작한 챔피언스리그의 시대에도 물론 유효하다. AC밀란은 3회 우승과 3회 준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긴 클럽이며 레알 마드리드가 3회 우승,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1989년과 1990년의 AC밀란 이후 이 대회에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클럽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명문들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한 와중에도 그만큼 각국 리그와 클럽들의 경쟁력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4시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자국 리그에서 변함없는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13시즌 연속 본선에 나서고 있고 아직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하였지만 아스날이 12시즌 연속 본선에 오르며 꾸준한 강자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12시즌 연속 16강에 진출한 유일무이한 클럽이기도 한데 다만 이러한 기록은 최근 다섯 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하며 조금은 퇴색하고 있다. 갈락티고 시즌2를 완성하고 호날두와 카카를 앞세워 8년만의 빅이어에 도전하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다른 곳도 아닌 산티아노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2009/2010시즌 결승에 대한 동기부여는 더욱 특별할 것이다.
1997년부터 출전 클럽의 수가 확대되며 특히 빅리그를 중심으로 리그 우승팀은 물론 상위권팀들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국 리그의 챔피언이 아니면서 유럽의 챔피언이 된 클럽이 탄생하게 됐는데, 1999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당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0년 레알 마드리드, 2005년의 리버풀, 2009년의 바르셀로나 등이 이러한 영광을 누린 바 있고, 특히 AC밀란은 2003년과 2007년 모두 스쿠데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리기도 하였다. 이렇듯 자국의 챔피언을 놓쳤음에도 유럽의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소수의 명문 클럽들에게 메이저 트로피를 전시실에 추가를 위한 패자부활전의 특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회 참가를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적 수입은 말할 필요도 없다.
레전드 또는 월드 클래스
1992년의 챔피언스리그부터 본선경기만을 대상으로 한 UEFA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124경기에 출전하여 65골을 터뜨린 라울이 두 부분 모두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출장기록은 라울의 뒤로 120경기의 호베르투 카를로스, 115경기의 라이언 긱스, 109경기의 파올로 말디니와 폴 스콜스 등이 뒤를 따르고 있고, 득점은 56골의 루드 반 니스텔로이, 50골의 티에리 앙리, 47골의 안드리 셰브첸코, 44골의 필리포 인자기, 42골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에서 보듯 시대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건재하게 활동하는 라울의 기록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거나 트리플 크라운을 해내는 등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신예 슈퍼스타들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이전 세대들의 업적을 강하게 추격하고 있다. 유럽에 조금 늦게 입성하고 UEFA컵에서 뛰기도 한 27세의 카카가 57경기 23골로 생각보다 부족(?)하지만, 최근 절정의 실력을 과시하는 24세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벌써 53경기 17골을 쌓아올려 라울의 모든 기록에 도전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한 46경기에 출장하여 15골을 터뜨린 23세의 웨인 루니와 벌써 34경기 17골을 기록한데다 1987년생으로 이들 중 가장 어린 리오넬 메시 등이 펼칠 경쟁은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팀이 최대한 결승전 가까운 곳에 이를수록 개인기록의 향상도 가능하기에, 이들의 활약은 명문 클럽들의 트로피 전쟁과도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29세인 호나우디뉴의 기록이 35경기 14골에 불과한 것은 의외이면서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Miscellaneous
유사한 기록으로 2002/2003시즌 조별리그 C조에 속해 있던 그리스의 AEK아테네는, 레알 마드리드, AS로마 그리고 벨기에의 겡크와 경쟁한 리그의 결과 6무승부를 기록하며 조3위로 UEFA컵에 진출하였다. 같은 시즌 조별리그 E조, 지금은 2부리그로 강등된 잉글랜드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첫 세 경기를 모두 패하고 나서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유일무이한 클럽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지금은 은퇴한 라치오의 골키퍼 마르코 발로타는 2007/2008시즌 조별리그 6차전에 출전하며 43세 252일이란 최고령 출장기록을 세웠고, 첼시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왼쪽 수비수 셀레스틴 바바야로가 벨기에의 안더레흐트 소속으로
로이 마카이가 바이에른 뮌헨 시절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