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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표도르의 패배 이후 생성되는 거대한 역풍?



파브리시오 베흐둠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한 세계 최강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의 패배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방심한 뒤 쉽게 들어가다가 트라이앵글 초크에 당한 의외의 결과라는 표도르의 주장에 대부분은 동조하지만 절대 강자가 패배를 당했다는 점과 상대인 베흐둠이 그라운드에선 강하나 세계 정상급 실력이 아니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서 현재 1위 단체인 UFC의 헤비급 강자들과 대결하지 않는 것도 가끔 논란거리로 떠오르곤 하는데.

그간 표도르는 삼보에 바탕을 두고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헤비급 거구들을 꺾는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곤 했다. 그래서인지 정계 진출설도 나왔고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챔피언에 오른 뒤 반납 후 격투기를 떠날 것이란 구체적인 소문마저 돌았지만 이번 패배로 인해 만에 하나 떠난다고 해도 깔끔한 마무리는 되지 못할 듯 하다.

표도르의 이번 패배를 놓고 혹자는 그의 훈련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모은 브록 레스너와 쉐인 카윈의 경기에서 레스너의 승리원인으론 강한 맷집도 있지만 랜디 커투어에게 배운 서브미션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이란 평가도 있는데, 미국 선수들은 비록 자신의 장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같이 훈련하면서 발전하는 길을 택하는 것에  비해서 러시아의 표도르는 다소 폐쇄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좀 더 현실감 있게 비유하자면 친한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조용히 공부하면서 궁금한 걸 묻는 게 표도르라면 같은 회사의 취업을 위해 경쟁하지만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좀 더 발전을 도모하고 자신의 그룹 중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게 미국 선수들의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시스템적인 부분만으로는 표도르쪽보다는 미국 선수들이 발전할 여지가 크다 하겠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레스너와 표도르의 대결, 케인 벨라스케즈와 표도르의 경기를 예상한다면 대부분 표도르의 손을 들었을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방적으로 표도르의 우세를 점칠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떤 이들은 표도르가 근간을 삼는 삼보의 문제를 들기도 한다. 주짓수가 진정 극강의 무술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표도르는 러시아 잡지와의 인터뷰 중 이렇게 답했다. ‘삼보는 위대합니다. 주짓수도 특별할 바는 없죠. 그 정도의 주짓수 선수들은 많이 겪어봤습니다. 실수로 졌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가급적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일각에선 표도르가 일부러 큰 돈을 벌기 위해서 도박의 베팅에 반대로 돈을 걸어서 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180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반 복싱이나 프로레슬링에서 보였던 조작 승부 후 판돈을 가져가는 방식이라 하겠는데 표도르는 그것에 대해서는 양심에 반하는 일이며 절대로 그럴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표도르의 패배는 다른 이들의 단순한 1패와는 다른 성격이다. 그의 매니지먼트 측이나 소속 단체 모두에게 충격이 되었고 UFC를 상대로 당당하게 큰소리 칠 근거가 많이 줄어들었으며 뜬금없이 바비 래쉴리와 바티스타라는, 격투기의 본질보단 일반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이벤트성 경기의 유혹을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가 느끼게 된 것이다.

표도르의 주특기 삼보마저 비난을 받고 혹자는 표도르가 반대로 배팅을 걸어 돈을 벌려고 일부러 졌다는 음모설까지 터뜨리고 있으니 한 번의 패배이지만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의 결과에 따라 너무도 큰 차이가 나는 게 격투기나 복싱이지만 그만큼 선수에게는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 링이 세상의 축약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