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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한 때는 의형제, 지금은 원수?

프로레슬링에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고 미래의 전우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갈등은 팬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재미있게도 격투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바로 한 때는 의형제라 불리던 전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와 현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이다.

그간 격투기에선 의형제처럼 지내는 같은 캠프 내의 선수들끼리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은 있으나 주최사에서는 이런 일들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걸 원치 않았기에 내부적으로 조용히 대처했지만 선수들은 관행적으로 상대를 놓고 저울질 해온 게 사실이다.

주최사도 선수들이 원치 않는 상대는 어느 정도 피해주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캠프 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력이 일취월장 한 이들이 늘면서 타이틀 구도에 들어서면 동료들 간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갔다. 아메리칸 탑팀이나 익스트림 커투어 등의 명문 도장에서도 그런 일이 가끔 있어 분위기가 어색해지곤 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형님 라샤드 에반스 대신 도전자 자리를 얻어 쇼군 후아를 꺾은 존 존스가 싸우지 않겠다는 사전 밀약을 어기고 형님과 싸울 수 있다고 하자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같은 캠프 내 선수들끼리 사이가 틀어지고 나니 독설의 수위는 낯선 상대들보다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갈등이 심화되던 상황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라샤드 에반스는 동생처럼 지내던 존 존스와의 타이틀 경기를 할 예정이었으나 존스가 손부상을 이유로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되자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15승 1무 1패의 기록을 갖고 있고 UFC에선 10승 1무 1패를 올린 에반스는 자신의 도전을 받겠다고 선언한 존 존스가 손부상을 핑계대면서 피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둘은 인터넷 상에서도 설전을 펼치면서 트위터를 통한 대립도 벌이다가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일이 터졌다. 목격자들은 말싸움을 하다가 서로 밀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대해서 측근들은 말싸움은 맞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했다.

그날 있던 일에 대한 에반스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할 말이 있다면서 한 쪽으로 오라고 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부숴버릴 거야. 나의 KO 하이라이트 첫 장면에 당신이 나올 거라고.”
에반스는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면서 장난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래 그러셔, 그런데 왜 싸움을 피해?”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 경기를 앞두던 라샤드 에반스는 이제 필 데이비스와 8월에 대결 할 예정이고 챔피언 존 존스는 지금으로선 금년 말에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존 존스는 오른손 인대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할지 모르는 분위기이나 일단은 피하면서 재활에 임할 것이라 하는데 에반스의 주장으론 존 존스의 수술 고민은 엉터리고 의사들도 수술이 필요치 않다고 진단했다며 주장했다.

이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정말 감정이 상해서 싸우는 것이 하나라면 사전 합의 하에 이슈를 모으는 경우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둘이 대결하는 경우 좀 더 이슈를 모으고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다. 뭐가 맞든 간에 존 존스의 악당 이미지는 커지는 듯하고 분위기는 점점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