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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이병훈의 독한 야구

[이병훈의 독한야구] 유흥에 빠져 인생날린 비운의 스타

운동선수한테 '운동 열심히 하라'는 말은 자식들이 부모한테 '오래오래 사시라'고 하는 것과 동급인 얘기다. 어느 자식이 부모님께 오래 사셨으니 이제 가실 때도 되지 않았냐 할 것이며 또 어떤 이가 운동선수를 앉혀놓고 "너도 스타가 되고 싶다면 전력을 다해서 술과 여자와 도박을 가까이 해라. 만약 그 3가지를 멀리한다면 너는 분명 3류가 될것이다" 라고 할 수 있겠나. 그런데 종종 그 3가지를 같이하자고 꼬드기는 작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달콤한 유혹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반짝스타였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들도 많았다.(진짜 3가지를 전력을 다해서 하더라) 대체로 몸에는 나쁜 것 대부분은 하는 순간에는 재밌다.(잘생각 해보라)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서 그 재밌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예전 지방의 모팀에 A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선수였다. 어린 나이에 주전자리를 꿰찼고 기량 역시 출중했다. 내가 기억하는 A는 엄청난 파워 배팅을 자랑했고 수비 역시 철벽에다 빠른 발을 갖춘 슈퍼스타 감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바로 도박이다. 그는 재미삼아 하는 '짤짤이'부터 타짜들이한다는 일명 하우스에서의 도박까지. 하여간 야구실력이나 도박실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그는 지방원정 때는 동료선수들과 고스톱을 치는데 밤샘하기는 기본이고 경기장을 나가기 직전까지 이른바 '패뜨기'도 빼먹지 않았다. 홈 경기 때는 집에 들어가는 날과 하우스에서 지내는 날이 반반일 정도였다. 슈퍼스타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A는 결국 허리가 망가졌다. 일반사람도 허리가 아프면 고생이거늘 야구선수가 허리가 아프니 치명적이였다. 또 시력까지 나빠져 타격하는데 지장이 많았다. 결국 A는 그런저런 선수로 전략하더니 젊은 나이에 야구를 접었다. 지금도 야구계에선 A를 너무나 아까운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팀의 B선수는 원정 가서도 하루도 거르지않고 스윙 연습 하는 선수로 칭찬이 자자했다. 아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선수로 다들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 이하 전 코칭스탭과 선수들이 경기전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식당 출입구 쪽에 한 아주머니가 방망이를 들고 들고왔고, 입구 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감독한테 뭔가 얘기하며 그 방망이를 전해줬다. 다들 궁금해 하던 차에 감독이 식사를 중단하고 휑~하니 나가더니 코치 한 명이 B선수를 부르더니 당장 짐을 싸서 2군으로 가라고 고함을 쳤다. 결국 B는 사색이 되서 짐을 싸러 올라갔다.

 이유인즉 B는 스윙연습을 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호텔을 빠져나가 근처 여관에서 누군가와 만남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방망이를 객실에다 놓고 나와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갖다준 것인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 아주머니가 감독한테 생글생글 웃으며 "아~글쎄 B선수가 우리 여관에 자주 왔었는데 방망이를 놓고간 적은 오늘이 처음이네요. 혹시 오늘 경기 못할까봐 가져왔어요. 호호." 당연히 B는 그날 경기를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것도 5개월 코스로. 그래서 야구선수는 방망이(?)를 아무데서나 휘두르는 게 아니다.

 지금도 현역인 C선수와 10여년 전 8월 어느 날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압구정동인데 그날 C한테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자리였다. C와 여자는 한방에 눈이 맞았고 우리는 C한테 역시 '찬스에 강한 놈'이라고 놀렸는데 다음날 나타난 C는 푹푹찌는 무더위임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언더셔츠'를 입고 있었다. 코치들이 뭐하는 행동이냐고 묻자 목감기가 심해서 그런다며 기침까지 콜록콜록…. 오히려 코치들은 C를 걱정했고 경기출전 시키는데 미안해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C는 그날 홈런포함 4타수 3안타를 때려냈다. 경기 후 코치들은 C의 정신력을 본받으라며 마치 그를 영웅대접 하듯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알고보니 C는 전날 만난 여성과 거의 난투극에 가까운 애정행각(?)으로 인해 목 전체가 피멍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뿐인가! 등과 가슴에는 긁힌 자국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목까지 올라오는 '언더셔츠'를 입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 둘은 건물 옥상에서 밤새 있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냥 바람 쐬러 올라갔다가 갑자기 그렇게 됐단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니 밤새 독수리한테 공격 받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