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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격투기도 성장신화를 만들어 주자


필자는 축구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박지성 선수는 팀의 에이스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가끔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보면 일본에서 활약하는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니 메이저리그가 아닌 2위 리그라고 하더라도 뉴스에 나오지 않나 싶다. 한국 여성 골프 선수들이 가끔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샤라포바에 대해선 알아서 찾아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있기 전까지 트리플 악셀이란 기술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타 분야엔 그다지 깊은 지식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어느 분야가 부각되려면 대한민국에선 대한민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추성훈, 데니스 강은 국적으로 보면 각각 일본과 캐나다인이다. 역사에 대해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단일민족 신화에 대해서 뭔가 진지한 담론을 펼치려는 건 아니다. 북미대륙에선 특혜를 받기 위해 자신의 혈통에 어느 정도 소수민족의 피가 섞여 있는지 찾는 사례도 빈번하니 더더욱 복잡한 일이 많겠지만 단일민족이라는 우리나라에선 명예 시민장을 주거나 잘나가는 이들을 한국계라면서 포용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격투기에서는 BJ 펜은 한국계 4세라고 하고, 벤 헨더슨이라는 선수도 한국인으로서 감싸는 시도가 있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팬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펼쳐진 일이니 뭐라고 하긴 그렇다. 대중들이 원하니 그대로 가는 수밖에. 이런 현실에 반론을 제기하는 건 아니다. 그건 거대한 규모의 담론에서 논의될 문제고 필자가 이야기할 성질은 아닌 듯싶다. 필자는 그저 작은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비즈니스적인 면에 집중해왔으므로 이 분야만의 현실적인 대안을 내려는 것뿐이다.

IMF 시절의 박찬호 선수, 최근의 박지성 선수는 아예 방영권을 움직일 정도의 국민적인 스타이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스타들이 활약하는 리그는 갑자기 인지도가 오르게 된다. 현재 영국의 축구리그가 스페인 리그보다 반드시 우월하지 않다는 축구 전문가의 의견도 최근 듣긴 했지만 우리에겐 박지성이 있으므로 영국 리그가 최고이다. 김연아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높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박태환 선수의 수영이 아니었다면 펠브스나 장린같은 해외의 수영의 강자들은 국민들의 인구에서 회자되지 않았을 것이고. 국내 일반 사람들에게 해외의 남자 피겨 스타나 여자 수영 스타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대답은 자명해진다.

타 스포츠를 모르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본업에 치어 살기에 위에서 언급한 타 분야를 거의 못 봤고 심지어 박태환의 수영경기, 김연아의 피겨 경기를 단 한 번도 안 봤다.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분야는 자신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이지 자기의 삶의 목표는 아니니까. 본인을 속속들이 아는 이들 중에선 아저씨는 왜 에프터 스쿨이나 WWE 디바 켈리 켈리, 마리스는 왜 좋아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한 방 맞았다. 그렇지, 엔터테인먼트라고 답하고 싶다.

논지가 흐려졌다. 다시 돌아가자. 위에선 타 분야에 관심 없는 일반 팬들에 대해서 말했다. 타 분야 사람들도 격투기에 대해서 이런 논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일반 팬들은 랜디 커투어의 노장투혼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격투기에는 추성훈, 최홍만이 있는데 최홍만이 요새 안 나온다고 알거나 그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본 사람들이라면 안 좋게 기억할 것이고. 외국 스타로는 공중파에 가끔 나왔던 표도르, 그리고 크로캅이나 프로레슬링을 하다가 갑자기 격투기 스타가 된 브록 레스너 정도나 알 뿐이다. 조르쥬 생 피에르, BJ 펜도 낯설 뿐이고. 격투기 팬들은 당연히 김동현을 모두 다 알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필자가 여자 골프 선수들을 잘 모르듯 김동현에 대해서 일반 팬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굳이 인지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다. 박지성의 성공으로 수많은 꿈나무들이 축구로 유입되기도 했다. 사실 박지성이 전 세계 최고 금액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라고 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부이기에 학부모들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축구를 시킨다고 들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엉터리 같은 교육과정을 밟아 해외에 위탁되어 오히려 오지의 극기체험에 가까운 생활만 경험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하튼 한 사람의 성공신화에 경도되어서 그 분야가 성장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또 어떤가? 김연아 선수의 성공신화는 이 분야에 꿈나무를 더욱 유입시키는 효과를 만들지 않았는가?

최홍만이 그간 말을 수차례 바꾼 건 필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는다. 의료에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웬만하면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악플로 살이 빠졌다는 그의 말에 뇌하수체 종양 수술 후유증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필자는 웬만하면 최홍만을 옹호하려고 했다. 이 분야에 뛰어든 타 분야 슈퍼스타가 성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추성훈도 마찬가지이다. 그를 둘러싼 논쟁이 있고 어느 정도 그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슈퍼스타들은 박지성, 박찬호에 필적하는 카드이므로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지켜줄 필요가 있다. 김동현은 분명 성실하고 멋진 젊은이이나 아직까진 타 분야 슈퍼스타들과 비교하기엔 다소 밀린다. 격투기 팬들이 평가하는 김동현과 일반인들이 보는 김동현의 위계는 확연히 다르기에 더욱 성장해야 이 분야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동현이란 이름값으로 방영권이 움직이는 위치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격투기에서도 성장신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 분야의 누군가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 분야를 다르게 보는 것이다. 그래야 유입되는 사람들도 늘어나 일선 지도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도 있고 국내 단체들에 좀 더 관객이 늘 수도 있을 것이고.

너무 작은 안목에서 선수들의 흠집만 잡으려는 시도가 빈번하다. 물론 이는 선수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몰락하는 건 이 분야일 뿐이다. 스타들에게 도덕적인 잣대까지 갖고 보는 건 무리이다. 우리는 살면서 비도덕적인 인물들을 수없이 만나게 되지만 적어도 추성훈과 최홍만은 약간 아쉬운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범주까진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 분야의 스타들을 지켜봐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