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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 라운드] 최무배, 항상 빛나는 그의 투혼


필자의 글은 주로 이 분야의 산업적인 측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터라 관심사에서 벗어난 선수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게 보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사람의 노력을 하나의 생산수단으로서 계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는 회사의 경영상으로 본다면 맞을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에 대한 입장으로 본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무섭다. 파생상품의 손실로 노동자들이 피 땀 흘려 일한 가치가 장부상에서 사라진 일도 분명히 존재하며 선수들이 명승부를 펼쳤지만 단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없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력자체가 그대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현실이다.

그러나 인간 대 인간으로 본다면 다른 고민도 생긴다. 모두가 스타가 될 수도 없고 최고의 자리에 설 수도 없을 진데 최고스타가 아닌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도 난제이다. 그래서 지난 번 글에서는 성장신화에 대해서 언급해봤다. 그 글의 결론은 분야가 성장하면 선점하던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온다는 말이 되겠다. 그럼 이번에는 다른 면에서 조망해보자. 추성훈, 최홍만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다. 그러나 그도 유명한 남자다. 바로 최무배 선수다.

최무배. 그는 베테랑 파이터다.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4년부터 본격적인 격투가로 활약한 그는 일본 PRIDE 본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우리나라 파이터들 중에서는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권에 많지 않은 헤비급 파이터로서도 가치가 크다.

당당해 보이는 모습에 숨어있는 안타까운 부분도 있는데 경기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며 늦은 데뷔를 했고 예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지라 생각보다 그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 불혹을 앞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기를 뛰고 있으며 체육관을 경영하고 후배들을 지도하는 일인 다역의 역할을 맡고 있다.

너무 띄웠나? 사실 필자와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필자가 생업에 쫓기는 터라 깊게 인연을 맺지 못했을 뿐이다. 그의 존재야 잘 알았지만 통성명을 하게 된 건 모 대회에 필자가 투입되면서부터였다. 오히려 중계 중엔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다. 필자는 캐스터가 틀리더라도 바로 지적하질 않는 스타일인데, 바로 지적하면 괜히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 같고, 캐스터분도 기분이 안 좋아지기에 좋게 넘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굳이 하나하나 지적하기보단 흐름을 타면서 호흡이 맞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는 다른 분들도 많이들 하시는 편이다.

아, 그런데 최무배 선수는 바로 바로 지적을 하는 게 아닌가. 중간에 바보가 되었다. 물론 그 분이 악의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고, 후일 그런 사항이 이야기되면서 이후엔 지적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처음엔 매우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거야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작은 이야기일 뿐이고, 어쨌든 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파이터 중 간판이 없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나오던 상황에서 그는 일본의 유력단체 PRIDE에서 맹활약하면서 연승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무너졌고 그 뒤엔 생각보다 약진하지 못했다. 그가 몇몇 언론에서 밝힌 복잡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차피 그건 필자가 밝힐 사안도 아니고 그냥 경기장 밖에서의 일로 그렇게 순탄하게 일이 풀리지 않았다는 걸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 일이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도 않을뿐더러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최무배는 일본의 단체 센고쿠에서 금년 1월 데이브 허맨이란 강자를 꺾었었다. 상대는 13연승의 강자로 소속단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일본에 초빙된 터라 이는 최무배를 위한 것 보단 허맨을 배려한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최무배는 1라운드 내내 두들겨 맞다가 상대가 지친 틈을 이용해서 타격으로 역전승을 만드는 기적을 보인다. 웬만하면 맞다가 포기할 듯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엔 ‘키스맨’이란 별명의 나카오 요시히로와 대결을 갖기도 했다. 자유형 레슬러와 그레코로만 레슬러의 대결에서 아무래도 상성 상 불리한 터라 경기 내내 잘 풀리지 않더니 결국 판정으로 패했지만 역시 엄청난 투지를 보였고.

그가 승패에 관계없이 링에서 보이는 투혼은 멋진 승리보다 더 갚진 것이 아닌가 싶다. 혹자는 그의 빠르지 않은 스피드나 패배를 당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갖고서 트집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팬들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화끈한 장면만이 중요할까? 인생이란 언제나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방법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최무배는 말로 훈계하려는 부류가 아니라 뭐든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링에서 행동으로 직접 보이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스승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