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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부른 60분간의 희망가

[사진 = 박지성 (C) 맨유 홈페이지 (manutd.com)]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EPL 제6라운드 맨체스터 더비는 박지성 선수와 맨유를 응원하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경기 종료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박감과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대한민국 캡틴 박지성 선수는 현지 언론의 예상과는 다르게 선발로 출전하며 61분 동안 활약하였습니다.
비록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임팩트는 없었어도 활발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보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 내었습니다.

박지성의 공격 간접화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주중에 있었던 이스탄불 원정과는 다른 4-4-2 전형으로 지역 더비를 준비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4명의 미드필더는 긱스-안데르송-플레처-박지성 라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상대팀인 맨체스터 시티는 이미 알려진대로 선수들의 부상과 징계로 인해 베스트로 공격라인을 가동하기 어려웠고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인 관계로 테베즈만을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위치 시키고 중원을 두텁게 하는 4-5-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팬들의 관심은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선 박지성 선수의 활약여부에 모아졌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브릿지와 벨라미가 포진된 맨시티의 왼쪽라인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공격에서는 사이드로 오픈되는 패스를 받고 중앙으로 움직이며 스트라이커와 협력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오른쪽 측면 자리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발렌시아의 움직임에 비해 방향이 좀 더 중앙쪽이고 공을 소유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맨유의 공격이 왼쪽에서 전개되면 페널티박스 근처로 이동하며 공격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전반에 나왔던 루니와의 월패스에 의한 공간 침투 후 크로스는 박지성 선수가 경쟁자들과 다른 방법으로 팀공격에 이바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발렌시아는 자신의 영역인 우측면에 머물며 대부분 순간스피드에 의한 크로스라는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는 반면 박지성 선수는 좀 더 팀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 의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후반전엔 2번의 슈팅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비 맞고 튕긴 공을 박스 중앙에 위치해 있던 박지성 선수가 리바운드해 곧바로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한 장면이었고 나머지는 에브라의 패스를 받고 순간적으로 열린 PA 중앙 공간에서 시도한 회심의 그라운드슛이었습니다. 두 번의 슈팅 모두 맨유의 왼쪽 공격시 PA 박스 가까운쪽에 자리잡은 박지성 선수의 위치와 관계가 있었습니다.
 
효율적일 것인가 효과적일 것인가

효율 : 일을 옳게 잘 하는것 (Do thing rightly),  효과 : 옳은 일을 하는것 ( Do the right thing)
효율과 효과는 얼핏 생각하면 비슷한 뜻으로 이해되기도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굉장히 다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해석이 존재함으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으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축구팀의 궁극적인 목적은 될 수 있으면 많은 경기를 승리하여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은 각 팀마다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호날두가 없는 현재의 맨유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공격력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둔화된 맨유의 공격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고 있지만 지속성에 있어서는 아직 물음표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맨유의 호날두는 미드필더의 가면을 쓴 스트라이커였습니다. 막강한 공격력은 확보되었지만 팀밸런스를 위해선 수비역량이 필요한 미드필더가 맨유의 승리를 위해 "효과"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박지성 선수의 진가가 드러났고 빅클럽에서 주전급으로 위치가 격상되었습니다.
현재 맨유에서는 투톱의 득점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가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미드필더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반적인 역할을 옳게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선 팀에서 요구하는 특정한 일을 해 내는 것이 좀더 핵심에 근접한 행위입니다.
다행히도 박지성 선수는 이 차이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재계약을 맺고 팀내 대우도 상당해진 박지성 선수에게 맨유에서의 주전경쟁은 필연적이겠지만 부여된 기회에서 팀을 위한 효과적인 일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스포츠에서 마인드의 중요성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보면 EPL이라는 곳이 얼마나 살벌한 전쟁터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볼때 신체접촉이 그리 커 보이지 않음에도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박지성 선수의 밸런스, 투박해 보이는 볼터치, 유려하지 못한 드리블은 그곳이 세계 최고라 불리는 리그 중 하나여서 그렇지 선수 자체의 레벨이 그리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박지성 선수는 그만의 특화된 장점들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그가 현재 입고 있는 맨유 엠블럼이 새겨진 유니폼입니다.

맨유 입단 초기 박지성 선수가 적응기간을 거치고 있을때 우리는 박지성 선수의 자신감을 걱정하곤 했습니다.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으며 슈팅 찬스에서 패스를 내어주는 박지성 선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팀 내에서도 고참급이며 실력과 경험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제는 기회가 생기면 과감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며 가슴 아파했을 많은 축구팬들이 있습니다. 실력도 그렇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우리 대표팀은 세계무대에서 자신감 없이 주눅들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게도 눈에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며 우리는 황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 젊은 선수들은 어떤 강팀과 맞붙어도 흔들리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까지 합니다. 스포츠에서 자신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이미 강한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벌이고 "잘 하고싶다"는 마인드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다 가끔 실수가 나와도 우리는 그를 더욱 응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