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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란의 매리너스를 화합시킨 켄 그리피 쥬니어

                     



2008 시즌 61승 101패를 기록했었던 아메리칸리그 최악의 팀, 클럽하우스 분란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던 팀, 팀 내 동료들간의 불화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던 팀. 시애틀 매리너스입니다.


2009 시즌이 시작되기 전 2월에는 오랫동안 이치로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드리안 벨트레가 시애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치로의 플레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제 2회 wbc 대회를 마치고 매리너스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한 이치로에게 기자들은 2008시즌 팀내 불화와 팀내 동료들의 발언에 대해서 이치로에게 질문했지만 이치로는 답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일언지하로 거절했습니다. 벨트레와 이치로의 발언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클럽하우스 내에 반목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재확인 시켰습니다. 그렇게 매리너스의 시즌은 시작되었습니다.


2009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는 79승 73패로 5할 승률에서 6게임의 승수를 더 기록하여 2008 시즌에 비해서 팀 성적이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매리너스는 팀 성적뿐만이 아니라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며칠 전 이치로는 양키스의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9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을 쳤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 관중들은 마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승리라도 된 듯이 열광했습니다. 흥분한 것은 관중들 뿐만이 아니라 매리너스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베이스를 돌던 이치로는 홈 플레이트 주변을 가득 메운 팀 동료들 앞에서 폴짝 뛰며 우스꽝 스러운 폼으로 두 팔로 양쪽 허리춤을 치고는 팀 동료 숲으로 들어가 홈플레이트를 밟았고 매리너스 선수들은 이치로의 몸을 덮어버렸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수 년 동안 이치로와 대립각을 세웠었던 벨트레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이치로의 몸짓을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경기장에서 항상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이치로가 이런 묘한(?) 행동을 보여준 것은 처음입니다만, 이치로의 태도 변화의 전조는 전날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자신에게 달려오는 팀 동료들을 피해서 외야로 달려가는 모습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이때도 벨트레는 외야까지 달려와 이치로와 하이 파이브를 했었습니다. 무엇인가 시애틀 매리너스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작년과는 달라진 것입니다.



매리너스의 클럽하우스의 변화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THE KID> 켄 그리피 주니어입니다. 주니어의 환한 웃음은 그야말로 ‘백만불짜리’ 웃음입니다. 쥬니어가 20대 초반 미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함박웃음의 매력은 그의 나이 40살이 가까이 되었음에도 꽁꽁 얼어붙었던 매리너스 클럽하우스의 냉기를 녹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며칠전 USATODAY의 야구기자 폴 화이트는 <Opposites Griffey, Suzuki click, bring glow to '09 Marin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치로와 매리너스 클럽하우스를 변화시킨 켄 그리피 주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쥬니어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2009 시즌 매리너스로 귀향한 쥬니어는 팀내 젊은 선수들로부터 이치로가 클럽하우스내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었다. 주니어는 이치로를 팀 내 동료들이 받아들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쥬니어는 이치로가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한 첫날부터 이치로를 대상으로 농담을 하고 장난을 하며 집적거렸다. 쥬니어는 자신과 이치로의 모습을 보고 미소짓고 웃는 팀 동료들의 숫자를 세었다.  


쥬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제 스타일입니다. 팀 동료들은 이제 이치로를 팀의 한 일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오 마이 갓. 이치로도 사람이었어!.”


7월의 어느 날 경기 전, 이치로가 외야 필드에서,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그만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을 때 그리피 쥬니어와 그리피의 15살 먹은 아들 트레이는 이치로의 뒤쪽으로 가서 이치로의 스트레칭을 따라했다. 두 부자는 이치로의 스트레칭 동작을 모두 따라했었으나 이치로가 고난이도의 스트레칭 동작을 하자 이를 따라할 수가 없었던 쥬니어는 두손으로 허공을 치며 큰소리로 “제기랄! 난 그 동작은 할 수가 없어!”고 외쳤다. 그때까지도 이치로는 자신의 뒤에 주니어 부자가 있다는 것과 자신의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다. 이치로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쥬니어는 이치로에게 태클을 걸은 후에 간지럼을 태웠다. 이치로 역시 파안대소를 하며, 거의 금욕주의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그의 이미지를 버렸다 


이치로는 말했다. “이번 시즌은 아주 새롭습니다. 이런 변화를 만든 사람은 주니어입니다. 주니어의 유머감각과 존재감은 제 생각으로는 쥬니어만이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클럽하우스 내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측량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쥬니어를 선수로써 천재라고 여기고 있지만 주니어는 그 방면에서도 천재입니다.”


이치로는 말했다.


“2001 시즌에 우리는 116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또 다른 의미의 즐거움입니다. 나로서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팀 동료들로부터 게임을 즐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치로는 ‘자신은 경기 중에 웃을수가 없다‘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경직된 사고는 어쩌면 팀 내 동료들과의 불화의 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 그의 변화된 태도와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아마도 이치로는 경기를 즐기는 노하우를 주니어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켄 그리피 쥬니어는 이번 시즌 매리너스 지명타자로써, 16개의 홈런과 50타점, 타율 215, 출루율 325, 장타율401을 기록 중입니다. 쥬니어의 타석에서의 팀 공헌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되었던 매리너스 클럽하우스내의 분란과 갈등을 화합시킨 쥬니어의 공로는 이치로의 말처럼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내년 시즌 40살이 되는 켄 그리피 쥬니어에게 남아있는 선수생활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세이프코 필드에서 쥬니어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경기를 할 수 있도록 매리너스가 쥬니어와의 재계약에 나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