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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에이전트에 대해서


드라마 ‘드림’이 끝났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필자가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거의 드라마를 안 보고 살기에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여성 출연자의 연기력엔 별로 관심 없는 반면 남성이 오랫동안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편향적인 작품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필자의 드라마 분석은 말년병장이던 시절의 기준과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이 분야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다룰 수는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번엔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던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애정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직업은 러브라인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배경이 아닐까 싶다. 직업에 대해서 알려면 관련업종 종사자를 만나거나 직업을 직접 소개하는 교육방송의 프로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도 그다지 현실성이 있게 직업을 그리진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각설이 좀 길었다. 에이전트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에이전트란 사전적 의미에서 대리인, 중개상, 알선인, 관리자 정도의 뜻이 있다. 그러니 꼭 격투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공인중개사나 매니저도 넓은 의미에서 에이전트로 볼 수 있고 스포츠나 연예,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선하고 소개하는 사람들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이제 스포츠로 시선을 좁혀보자. 미국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인 보라스나 보리스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은 박찬호 선수와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도 했었다. 축구의 FIFA 에이전트도 꽤나 근사한 이름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를 많이 데리고 있으면 이들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을 수 있기에 선망의 직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주로 축구에서 에이전트와 선수의 분쟁이 많이 났다. 유명한 선수의 부모와 에이전트간의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주로 어두운 면이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야구와 농구는 대리인 제도가 허용되지 않는 반면 축구에선 허용이 되기에 축구 쪽만 이야기가 많은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분야나 명암이 있을 뿐 대리인 제도가 무조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선 선수 몸값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이들이 바로 대리인이다.

필자가 조망할 수 있는 프로레슬링과 격투기로 범위를 더욱 좁혀보자. 우선 프로레슬링이다. 현재 최고 프로레슬링 단체이자 격투기의 UFC까지 아울러도 매출규모가 가장 큰 WWE는 에이전트와의 협상을 싫어한다. 거의 독점기업이 되다시피 한 WWE와의 협상에선 대부분의 선수들은 직접계약을 하는 상황이 관행처럼 되어버리면서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에이전트는 거의 없다. 그나마 과거엔 골드버그, 캐빈 내쉬, 믹 폴리를 비롯한 선수들이 배리 브룸이란 에이전트를 통해서 협상을 했었고 브렛 하트를 도와주던 칼 데마르코라는 사람은 아예 이런 인맥을 통해 WWE 캐나다 지부의 총책임자를 맡다가 최근에 물러나기도 했지만 요즘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내세우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메이저리그가 에이전트의 협상으로 몸값이 뛰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프로레슬링은 워낙 WWE의 기세가 등등하기에 선수들은 각종 궤변으로 회사를 지지하는 일이 가끔 생길 정도이니 에이전트를 내세우긴 어렵다.

큰 단체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을 알선하는 에이전트들은 일정 요율을 받으면서 섭외를 해주는데 역시 이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서 높지 않기에 뛰어난 에이전트가 활약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격투기는 상대적으로 에이전트들의 활약이 크다. 에이전트들의 협회에 가까운 모임도 있을 정도이며 큰 단체도 에이전트들과 협상을 한다. 우리에겐 표도르의 매니저 바딤이 아주 유명하다. UFC나 스트라이크 포스와의 협상도 그가 거의 맡았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아예 변호사가 수입이 큰 분야에선 에이전트로 활약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도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변호사들이 늘어나게 되면 이쪽에도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 싶다.

국내의 문제는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곤 대전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홍만 선수는 그를 맡은 매니저분이 있고 김동현 선수는 IB스포츠와 계약을 맺어 기업이 관리해주고 있다. IB스포츠는 추성훈 선수, 김연아 선수도 있는 회사인지라 김동현 선수는 다른 국내 격투가들에 비해선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다.

이런 좋은 상황 말고 가끔 계약서가 선수의 발목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분야에서 에이전트와 선수와의 은밀한 갈등은 사실 없진 않았다. 한동안 에이전트의 요율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그게 종식되었다고 말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에이전트와 선수가 나누는 비율은 각자 다른 터라 여기에서 뭐라고 하긴 어려울 듯하다.

필자는 여러 분야에 대한 진로를 고민했고 실제로 다양한 변화를 시행했던 이력이 있지만 이 분야의 에이전트만큼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각각에 대해서 알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부동산의 요율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계약이나 금전적인 문제로 얽히면서 서로 오해를 하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너무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않은 토대도 원인이겠지만 많지 않은 대전료를 나눠 갖는 상황도 가히 긍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알기론 선수에게 지극히 불리한 계약도 있는 반면 선수에게 큰 도움을 주는 에이전트도 있어 더더욱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론 이 분야에서 에이전트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정당한 요율이 급선무라고 본다. 그리고 기본적인 것은 당연히 챙겨야 한다고 본다. 종합소득세 신고마저 제대로 안 해서 서로의 소득을 까먹는 프로답지 못한 처신은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아직 격투기는 신생분야라 상황이 개선되기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대전료도 낮으니 선수나 대리인이나 서로 고단한 상황이다.

너무 어두웠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의 직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200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영화 ‘제리 맥과이어’같은 선수와 에이전트의 멋진 미래를 바라보기가 쉽지 않아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