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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스즈키 변수'의 등장, 아사다 마오에겐 재앙의 씨앗?

지나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겪은 '섭식 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200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여자 싱글에서 생애 첫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스즈키 아키코의 등장이 부진에 빠져있는 아사다 마오에게 또 다른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스즈키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7.14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59.52점) 점수와의 합계 점수 176.66점을 기록, 키이라 코르피(핀란드.163.27점), 조애니 로셰트(캐나다.163.18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4위를 차지했던 스즈키는 이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트리플 러츠가 모두 어텐션 판정(에지 사용에 주의)을 받았지만 스파이럴과 스핀에서 모두 레벨 4의 최고 난도를 인정받는 등 전체적으로 안정된 기량을 과시하며 프리 스케이팅에서 출전 선수 12명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인 117.14점을 받아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스즈키가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대회에서 받은 점수는 지난 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세웠던 자신의 역대 최고점(167.64점)을 9.02점을 경신한 퍼스널 베스트 점수.

스즈키의 점수는 특히 지난 그랑프리 시리즈 2차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안도 미키의 점수(171.93점)나 1차 대회에서 김연아(210.03점)에 이어 2위를 한 아사다의 점수(173.99점)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올시즌 일본 여자 싱글 최고점을 받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스즈키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뛰어난 기량 외에도 장애를 이겨낸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2001-2002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스즈키는 체중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하다 섭식장애를 앓으며 체중이 30㎏대에 머물고 체지방이 3%로 떨어지면서 선수 생활을 잠정적으로 포기해야만 했지만 이를 이기고 지난 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에 초청받아 7년 만의 복귀 무대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작은 기적'을 일으킨 뒤 이번 시즌 자신의 첫 그랑프리 대회인 '컵 오브 차이나'에서 역전 우승이라는 성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특히 그는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이후 관중이 던진 꽃다발의 찌꺼기가 빙판 위에 남아있자 그것을 스스로 일일이 주워 경기 진행요원에게 건네는 깨끗한 매너를 보여주며 '기량과 매너에서 모두 이겼다'는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스즈키가 올림픽 시즌을 맞이한 일본 여자 피겨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급부상하면서 일찌감치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좌절된 이후 다음달 열리는 전일본선수권 우승을 통해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아사다가 그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스즈키가 보여준 연기는 세세한 기술 구사능력이나 프로그램 구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연기였지만 슬럼프에 빠져있는 아사다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수준급 스케이팅 스피드를 바탕으로한 파워가 느껴진느 점프와 풍부한 표정연기를 앞세운 뛰어난 표현력은 기존 일본 여자 피겨 '빅3'(아사다, 안도, 나가노 유카리)에 전혀 뒤질게 없어 보였다.

기존의 '빅3' 구도하에서 아사다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동계올림픽 출전은 충분하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일본 여자 피겨의 판도였다면 스즈키의 화려한 부활로 일본 여자 피겨는 '빅4'구도로 재편됨과 동시에 내년 동계올림픽 티켓을 얻어냄에 있어 누군가 한 명은 희생될 운명에 놓인 셈이다.


물론 아사다가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고 예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일본빙상연맹이 전일본선수권에서 아사다에세 편파적인 점수를 줘서라도 아사다를 밴쿠버에 보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랑프리 시리즈 일정을 접게된 아사다가 2개월여의 공백 후에 가지는 첫 실전이 동계올림픽 티켓 획득의 운명이 걸린 전일본선수권이라는 점은 다소 소심한 성격의 아사다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데다 아사다가 그런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전 무대에서 심판들도 어쩔 수 없는 치명적 실수들을 반복할 경우 아사다가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역경을 이겨낸 스즈키의 부활은 일본 여자 피겨에 또 하나의 희망의 빛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번 시즌 동계올림픽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있는 아사다에게는 자칫 재앙을 안겨다 줄 수 도 있는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