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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PD의 '스포츠PD란 이런 것이다!'

'MBC 석원입니다.'

낯익은 멘트죠? 방송기자들이 뉴스 말미에 붙이는 코멘트인데요.
이번 주 게스트는 대구MBC 스포츠 전문 기자 석원 님(아이디 석PD) 입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더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래서 그걸 업으로 삼고 사는 아직까진 20대를 지키고 있는 평범한 월급쟁이' 라고 겸손하게 인사하시더라구요. "주로 업무 탓에 여기저기 인터뷰를 하러 다니긴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인터뷰이가 된 것이 당황스럽고, 또 은근히 재미있다"면서 이번 인터뷰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하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석PD님의 스포츠기자&PD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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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직으로 MBC에 입사하신 후 지금은 스포츠PD로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간략하게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소개해주세요.

A. 입사를 할때부터 스포츠 전문 기자로 입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취재 보다는 중계방송 제작이나,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 제작 등이 많은 편인데요. 사실 그런 관계로 요즘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PD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실 스포츠PD 라는 일이 지방 MBC는 물론, 서울의 MBC나 다른 방송국도 스포츠PD들 모두가 아직까지는 보도국 소속이고 그렇다보니, 인력 구조가 단순한 지역에선 스포츠PD도 기자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고 있죠.

주로 하는 일은 각종 중계방송 제작 및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간간히 지역의 프로구단과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기자 일을 둘다 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레이라고 할까요? 허헛^^)


Q. 지금 맡으신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죠?

A. 우선, 저희 방송국 자체 편성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5시 20분에 방송되는 스포츠 주간 프로그램인 "클릭 스포츠"의 총괄 PD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라는 지역에 있는 3대 프로구단을 맡고 있죠.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삼성) 축구(대구FC)의 중계방송을, 겨울철은 농구(오리온스) 중계방송을 책임지고 있죠.

그밖에도 각종 여타의 스포츠들을 수시로 중계하는데요, 그 중계방송 PD를 하고 있습니다.


Q. 마라톤, 야구, 씨름,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을 맡아 하시던데요. 인기-비인기 종목을 떠나 현장에서 중계하실 때 가장 재미있는 종목을 하나 꼽아보신다면요?

A. 아무래도 중계하기엔 새로운 종목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분야들이 좋은 것 같습니다.

프로스포츠의 경우는 어찌보면 매우 정형화된 듯 하지만, 많은 케이블사들이 함께 중계를 하고, 외국중계방송도 보다보니 경쟁 비슷하게 여러 시도를 하게된다는 점에서 즐겁죠.

한편으론 마라톤이나, 트라이애슬론 같은 대규모 중계(정말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MBC 내에 여러 계열사들이 함께 일을 합니다.)는 또다른 매력과 함께, 큰 중계를 맡았다는 뿌듯함이 있죠.

뭐, 현장에서의 재미는 아무래도 원래부터 좋아했던 종목이 '야구'나, 속도감있는 전개를 하는 '농구'가 중계의 맛이 있죠.


Q. 다양한 종목 중에 '석PD님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종목을 하나 꼽아보신다면?

A. 아무래도 전국에서 가장 유일하게(?) 중계하는 듯한 팀인, 그러나 프로스포츠의 한 축인 K리그에 소속팀인 대구FC의 중계가 아닌가 합니다.

어떤 중계든 자주 하고 그 팀을 잘 알아야 전문성이 생기고, 자신감도 붙는 듯 한데요.

대구FC 만큼은 팀의 특성이나, 스타일을 (그래도 타 방송사보다는) 잘 알기 때문에 중계에 있어서도 분명 자신감이 있고, 또 하는 재미도 뚜렷한 편이죠. 그만큼 뿌듯할 때도 있구요.


Q. 방송 중계 중 겪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예전에 '방송사고' 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방송을 하며 가장 기억이 남는 건 '방송사고'입니디만, 결코 기억을 남기고 싶진 않죠. 결코. ㅎㅎ

스포츠 중계를 하며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는 뻔합니다. 그러나, 가끔 보면 이런 경우가 있죠.예를 들어 매일 중계를 하지 않고 어쩌다 중계를 하다보니, 은근 방송중계의 징크스같은 것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우리가 삼성 중계하면 꼭 이기드라.' 라든지, 아니면 '대구FC 중계하는 날은 날이 춥거나 비가 오더라...' 이런 식의 징크스죠.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 있는 징크스가 바로 "마지막 중계(그해의 마지막 중계를 말합니다) 하는 날은 꼭 사고가 생긴다."라는 징크슨데요. 위에 주소를 남긴 글에 있는 볼링중계(대구에 사는 분들은 대구MBC볼링을 아주 싫어하셨다죠. 내려와서 처음 중계현장을 나가며 당황 스러웠던 것이 바로 '볼링중계'였습니다.)의 마지막날, 생긴 사고가 그 다음해에 야구중계 마지막 날(그것도 인천까지 삼성:SK 원정 경기를 중계하러 출장 갔을 때였습니다.) 똑같은 중계차 전원 꺼짐 사고가 났다는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그래서 요즘도 마지막 중계하는 날은 긴장감이 10배나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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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은 농구 중계 때문에 한참 바쁘신 듯 한데요. (농구는 3등인가? 라는 포스트에서도 언급됐지만) 팬들의 외면으로 빈자리가 속속 드러나는 데 대해 많이 속상하실 듯 해요. 이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다면요?

A. 사실, 농구팬들에겐 그다지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팬들이야, 재미있고 멋진 승부가 펼쳐진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시기 마련이니깐요.

제가 쓴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현실의 사태는 철저히 "농구팬"과 "KBL"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찾아오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스포츠 여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선적으로 협회와 구단이 해야할 일일텐데요. 우리 프로농구에는 그런 마인드가 철저히 결여돼 보입니다.

팬이 우선되는 스포츠가 될때, 프로농구는 예전 농구대잔치 때의 열기를 되찾을 거라고 믿구요.

Q. 스포츠와 관련해서 제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시다면? 또는 현재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에 맡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A. 스포츠와 관련해서라... 뭐 일단은 국제대회 중계가 가장 하고싶죠. 미천한 경력에 비해 (능력과는 상관없이^^) 일찍 메인 PD를 맡아버려서인지, 욕심만 한없이 커진 꼴인데요.

어찌됐던,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규모의 대회를 중계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중계하고싶은 충정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좀 더 넓은 무대에서 새로운 장비와 앞선 기법들을 보고싶은 거죠.

은근히 마음 속으론 WBC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 그 경기들 중 하나를 중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하네요. 허허^^

<<여기서 잠깐!
석PD님께서 각종 프로그램 관련 기발한 아이템 접수받으신다고 하십니다.
스포츠팬 여러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리플 마구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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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네티즌의 악플 때문에 가슴앓이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사실 프로그램 때문에 늘상 악플에 시달립니다. 지역방송의 특징상 서울의 드라마 재방송 등을 끊고 스포츠 중계를 하는데, 방송 끝나고 회사에 돌아와서 회사게시판을 보면 죽.일.놈.이 돼 있더군요.

차라리, 정규방송 관계로 끝났을 때의 비난은 저희도 아쉬움과 죄송함으로, 또 그만큼 방송을 봐주셨구나 하는 고마움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데요, 재방송과 경쟁해서도 밀리는 스포츠 중계의 위상은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특히 케이블과는 다른 공중파로서의 의무와 역할, 그리고 지역 공중파로서 지역팀을 중계하는 일종의 공익성 등을 전혀 배려하시지 않을 땐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Q. '이런 네티즌-스포츠팬을 볼 때, 스포츠에 대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A. 거의 모든 스포츠 팬들 앞에선 항상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죠.

기자라는 직업이 특히나 스포츠 분야에서는 더이상 '전문가'라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네티즌, 그리고 열혈 스포츠 팬들은 왠만한 스포츠기자들보다 훨씬 깊고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죠.

그렇기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또 그런분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스포츠PD라는 저의 직업이 스스로 조금은 마음에 든다는 거죠.

특히나, 가끔씩 중계방송 뒤 우연찮게 만나는 분들(택시기사 아저씨부터, 술집에서 우연히 알게된 휴학생 동생까지) 이런저런 조언과 질책은 놀라움과 함께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석PD님의 은 무엇인가요?

A. 하하, 무슨 꿈이라고 거창하게 밝힐 것까지 있을까요?

지금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또 열심히 살며 삶속에 꿈을 이뤄가야겠죠. 그러나, 가능하다면 언젠가 다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열리고, 그 경기를 하나 중계하고픈 꿈이 있습니다. 전세계에 송출하는 국제신호를 만들어보는 것, 유명 선수들의 중계에 앞서 이런저런 제작물을 만들고, 각종 자료를 준비하고, 실재로 경기를 드라마틱하게 중계하는 것이 조촐한 꿈이겠죠.

뭐, 그밖엔 결혼? 주택구입? 남북통일? 세계평화? 등과 같은 일반적인(?) 꿈들이. 하하핫

Q.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A. 블로그의 시작 계기. 하하,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무언가 글에 대한, 그리고 정적인 자기 시간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가장 큰 문제가 긴 글, 잘된 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다는 거죠. 방송화법의 글들은 잘쓴 글이라 하기에 부족한 면이 많거든요.(특히나 보도국의 기사들은 더더욱) 그렇다보니, 블로그에서 스스로 좀 저 스스로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는 것, 그게 블로그의 시작 계기입니다.

(솔직히, 처음 할때는 좀 폼나 보이고 싶기도 했죠. 하하)


Q. 블로그스포츠에서 주론 어떤 포스트를 읽으십니까?

A. 아직 처음이라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는 수준입니다만. 자주 가는 블로거는 블루페니 님의 "어리버리 스포츠메니아의 난장질"에 자주 가는 편이죠.

그밖에도 많은 분들이 어찌나 블로그 가득가득,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수려한 글솜씨로 풀어가시는지, 그저 탄복만 100만번 하곤 합니다.


Q. 마지막으로

- '나에게 스포츠는 밥벌이다' 

 단순하게 직업이란 뜻을 넘어서 말입니다. 밥벌이. 밥을 벌어 먹는 꺼리이자, 밥을 먹고 사는 이유가 되주는 대상이란 거죠.

- '나에게 블로그란 연필과 수첩이다'

  연필로 글을 쓴다는 것, 그것도 내 개인적인 수첩. 그것을 쓴다는 건, 그때그때의 후회를 고치고 스스로 홀로 볼 수 있다는 블로그의 장점을, 그리고 언젠가 돌아보면 훈훈할 수 있다는 추억의 창고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나에게 블로그스포츠란 광장이다' 

  저에게 새로운 광장이 되어줍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벅적벅적 거릴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그런 신나는 축제의 장인 그런 광장으로 블스가 저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존재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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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터뷰로 장식해주신 석PD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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