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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김민수 선수의 재평가

일본 격투기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원래부터 빈약한 기반에서 나름 자국의 메인스트림 장르까지 끌어올렸지만 결국 이젠 세계 격투기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긴 일본, 그러나 이들이 세계 1위를 하던 시절에 인기의 정점엔 밥 샙, 아케보노, 그리고 요시다 히데히코가 있었다. 우리의 인식과 달리 크로캅이나 표도르는 비록 강자이긴 했지만 일본 내 최고 인기스타는 아니었다.

전자 둘은 독특한 외모의 이벤트성 파이터였다. 그럼 요시다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사실 그는 세계 최강과는 거리가 멀었고 우리나라에선 별다른 인기는 없었으나 일본에선 1992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사회적으로 유명했기에 격투기 실력에 비해선 받는 대우가 좋았다. 자국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전기영 선수를 영입해서 요시다와 붙이겠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던 과거도 역시 시청률을 위해서 빚어진 일이었다. 이런 분위기였으니 전기영 선수를 일본에 보내는 것은 거의 요시다를 위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연말대회에서 펼쳐진 요시다 히데히코와 오가와 나오야의 경기는 우리나라에선 큰 관심을 끌긴 어려웠지만 일본에선 표도르와 크로캅보다 시청률이 높았다. 일본 유도의 간판 선수들이자 유명인들의 대결이니 사실상 단체로서는 오히려 이런 경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시이 사토시는 이제 연말에 센고쿠라는 단체에서 격투기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UFC에서 뛰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역시 그의 행보는 그다지 신중하지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다시 한 번 뒷받침하긴 했지만 일본에선 그래도 그를 일본 격투기의 미래라고 칭송을 하고 있으니 이들이 어느 정도로 유도의 강자를 띄워서 스타 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팬들의 기대와 달리 실제 세계 최강에 가까운 대한민국 선수는 많지가 않다. 그들의 마음은 대한민국사람과 가깝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추성훈은 일본인, 데니스 강은 캐나다인이다. 그나마 김동현 선수가 이 척박한 땅에서 예외적으로 세계 정상권에 근접해있어 다행일 뿐이다.

우리에게 요시다나 오가와 나오야, 이시이 사토시 같은 존재는 아무래도 김민수 선수나 윤동식 선수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윤동식 선수는 기량이 올라와서 최근에는 팬들의 칭찬이 많지만 김민수 선수에 대해서는 그간 팬들의 역반응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동작이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것으로 적지 않게 희화화되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는 최무배와 더불어서 대한민국 헤비급 최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생각만큼 전적이 나쁘지도 않다. 브록 레스너와의 경기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급히 잡힌 경기였고, 지금의 레스너를 본다면 그 때의 패배는 사실 그의 잘못이기보단 레스너가 너무 강하다는 것으로 수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는 부상을 안고서 경기에 투입된 경우도 많았다. 물론 적지 않은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하기에 그만의 딜레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안와골절임에도 경기에 임했던 것을 비롯해 그에게는 경기하기가 힘든 여건이 많았다. 그러니 좀 더 넓은 마음으로 그를 평가해주는 게 어떨까?

며칠 뒤 KHAN 대회에서 김민수와 일본의 파이터 센토류와의 경기가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기에 난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투혼을 태우기 위해 그는 다시 돌아왔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대한민국 헤비급의 간판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그를 너무 몰아세우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일본을 무조건 배우자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나 프랑스의 정신적 성숙함,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엘프... 아니 여하튼 일본을 맹종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경기를 보는 성숙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들이 요시다 같이 자국에 의미가 큰 인물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는 그래도 우리가 배울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무서운 잣대만 들이대면 남는 선수는 없을 것이기에 팬들의 따스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