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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조원희 임대추진, 과연 잘하는 일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위건 어슬래틱의 미드필더 조원희가 에이전트를 통해 타팀으로의 임대를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조원희를 담당하는 이동엽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에이전트는 "선수가 뛸 곳을 찾아주길 원한다"면서 "마르티네스 감독에게 조원희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기다리면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수가 뛸 곳을 원해 임대 또는 이적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막판 EPL 데뷔전을 치른바 있는 조원희는 올시즌 들어 주전 확보에 있어 밝은 전망을 갖게 했으나 실제 시즌에 들어서는 13경기 동안 교체로 3경기(1R 애스턴빌라전, 4R 에버튼전, 13R 토트넘 홋스퍼전)에 짧은 시간동안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다.

대신 조원희의 포지션에는 헨리 토마스(온두라스)와 모하메드 디아메(프랑스) 등 신체조건 좋은 젊은 선수들이 중용되고 있다.

조원희가 임대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안정적인 출장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표팀에서 치른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조원희가 전반 45분도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 아웃 된것은 그의 남아공행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조원희는 김남일과 함께 '더블 볼란테' 파트너로 선발출전했으나 프리미어리거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부진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낳았다.

이런 현상은 결국 소속팀에서의 출전기회가 적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기가 조원희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조원희가 에이전트에게 임대 추진을 요청한 것이 '잘한 짓'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위건의 성적이 시즌 초반과는 다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토트넘전에서 위건이 1-9 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참패한 상황이 조원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에서 조원희의 경쟁자인 토머스와 디아메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토트넘의 예봉을 차단하는데 완전히 실패,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건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으로서는 지금이 '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이며 그동안 벤치멤버로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조원희에게도 눈길을 줄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조원희를 위건으로 이끈 주인공은 지금의 마르티네스 감독이 아닌 현 선더랜드의 감독인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다. 하지만 마르티네스 감독은 최근 조원희의 이적 내지 임대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일 없다. 기다리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 이적 내지 임대 가능성을 일축한바 있다.

마르티네스 감독의 그와 같은 입장 표명의 배경은 물론 다각도에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조원희를 매 경기 교체 선수 명단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최소한 조원희를 보험용 선수로는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고, 지금이 그 보험의 혜택을 볼 시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조원희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임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시기가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토트넘에 8골차 참패를 당한 이후 치르는 12월 한 달 동안의 경기에서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수 기용 내용을 보고 난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려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원희의 이번 임대 추진으로 자칫 마르티네스 감독이 조원희에 대해 '팀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선수'라는 인식을 갖게돼 아예 감독의 눈 밖에 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조원희의 임대 요청이 걱정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가 원 소속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임대 선수로 가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무식해서일지 모르겠으나...혹시 그런 선수를 아시거나 사례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조원희는 아직 팀에 임대를 요구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특히 현재 팀이 어려운 시기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감독의 믿음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월드컵은 아직 7개월여 남았다. 시즌 후반기로 가면서 서서히 출전시간이 늘어나고 경기감각과 자신감이 되살아 난다면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도 무난할 것이다. 조원희 본인의 급한 마음은 이해하나 지금은 '급할수록 돌아가는' 인내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