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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이기적인 이치로. 비난받지 않는 이유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외야수 이치로는 2008년 팀내 동료들과 불화로 구설수에 올랐었습니다. 매리너스의 선발투수 카를로스 실바는 팀 내에 팀의 승리보다 안타생산에 더 신경쓰는 선수가 있다고 언론매체와 인터뷰함으로써 팀내 갈등을 외부로 유출시켰습니다. 야구팬 누구라도 실바가 지목한 그 선수가 이치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바에 이어, 오랜 기간동안 이치로와 사이가 나빴었던 아드리안 벨트레 역시 2009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치로가 팀 플레이어로써 당연히 해야만 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2009 시즌 마지막 경기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에서 끝났을 때, 매리너스 선수들은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매리너스 선수들이 이치로와 켄 그리피 주니어를 무등을 태우고 3루 담장부터 홈까지 행진을 한 것입니다. 08년 101패를 기록했었던 매리너스가 09년에는 위닝 시즌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을 자축하는 이벤트였습니다. 눈에 뛰는 점은 작년에 이치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당사자인 카를로스 실바가 이치로를 무등에 태워서 행진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치로와 대립했었던 선수간의 화해무드는 정규시즌 중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9월 19일 9회말 이치로가 양키스의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를 통타하여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을 때 홈 플레이트에서 이치로의 허리춤 때리기 모션을 따라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벨트레였습니다. 벨트레는 이전 게임에서 이치로가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도 외야까지 달려와 이치로와 하이 파이브를 했었습니다. 벨트레와 이치로 사이에 오랜 기간 존재했었던 반목과 갈등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2009 시즌 이치로는 2008년과는 달리 팀플레이에 충실했던 것일까? 벨트레가 이치로를 비난하며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지적했었던 세 가지 상황의 08 시즌과 09 시즌 기록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1. 2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타석의 타자는 배팅을 포기하고 2루주자를 진루시켜야 한다. : If you have a man at second, you move him over. Give up the at-bat.


 

타석

타수

볼넷

고의 사구

타율

출루율

2008

56

45

8

6

356

463

2009

49

40

8

7

350

458


이치로는 주자 2루 상황에서 이번 시즌, 08 시즌과 거의 비슷한 출루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의 사구를 제외한 볼넷은 08 시즌에 2개, 09 시즌에는 한 개를 기록했습니다. 주자 2루상황의 타석수가 적기 때문에 득점권상황의 볼넷과 고의 사구를 비교했습니다.


 

타석

타수

볼넷

고의 사구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타율

출루율

2008

148

116

23

12

2

3

267

386

2009

135

116

17

15

1

1

328

410


09 시즌 이치로는 득점권 상황에서 15개의 고의 사구를 제외하면, 겨우 2개의 실제적인 볼넷을 기록했습니다. 이치로가 이번 시즌 135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배팅을 포기한 타석은 볼넷 2개와 희생번트 1개, 총 3번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08년에는 11개의 볼넷과 희생번트 2개를 기록하여 총 13번의 타석에서 배팅을 포기했습니다.

이치로는 이번 시즌 08년에 비해서 더욱더 이기적(벨트레의 주장에 의하면)인 배팅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볼넷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볼넷을 얻어라. :Take a walk if you need it


벨트레는 리드오프인 이치로가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볼넷을 얻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타석

타수

볼넷

고의 사구

실제 볼넷

타율

출루율

2008

749

686

51

12

39

310

361

2009

678

639

32

15

17

352

386


이치로는 08년 고의 사구를 제외한 39개의 볼넷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는 17개의 실제 볼넷을 기록했습니다. 이치로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리드오프중 최하위 수준의실제 볼넷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이치로는 이번 시즌 벨트레가 주문한 팀 플레이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작년보다 더 공격적인 배팅 스타일을 고수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주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번트칠 능력이 있으면 번트를 시도하라. : If you need a guy on base, bunt if you can run.


벨트레는 선행주자를 진루시켜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리드오프인 이치로가 번트를 거의 대지 않는다는 점 또한 비판했습니다.


 

번트 타석

번트 타수

번트 안타

희생 번트

타율

출루율

2008

14

11

8

3

727

727

2009

10

8

6

2

750

750


이번 시즌 이치로는 번트시도 횟수가 08 시즌에 비해서 4번이 적으며 희생번트도 한번이 더 적습니다. 결국 이치로는 시즌 초반 벨트레가 주문한 세 가지 팀 플레이중에서, 어느 하나도 실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 더 개인적인 플레이에 치중한 이치로는 벨트레와 실바등과 화해했으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실바는 이치로를 무등태우고 행진 퍼레이드를 보여주는 장면까지 연출 했습니다.



더욱더 이기적인 이치로. 비난받지 않는 이유는?


벨트레와 실바가 주장한 이치로와 팀 동료들간 불화의 본질이 이치로의 플레이스타일과 연관된 것이라면 이치로는 이번 시즌에도 팀 동료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치로의 타격스타일은 변한 것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개인적인 성향을 더 강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시즌, 이기적인 타격 스타일을 강화시킨 이치로의 성적이 08년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벨트레나 실바가 주장한 이치로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결국 이번 시즌 개인적인 타격 스타일을 고수하고 더 강화시킨 이치로와 매리너스 팀 선수들이 화합했다는 점은, 이치로와 팀 선수들간 불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치로의 타격 스타일이 아니라 이치로와 다른 선수들간의 단절된 의사소통에 있었다는 것이며, 이번 시즌은 매리너스 선수들간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치로와 팀 동료들을 화합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는 켄 그리피 쥬니어입니다. 이번 시즌 신시네티 레즈에서 매리너스로 이적한 쥬니어는 이치로와 벨트레를 중심으로 한 팀 내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특이한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쥬니어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부터 끊임없이 장난과 조크로써 이치로의 웃음을 유도하며, 팀 동료들에게 이치로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습니다. 이치로를 야구 기계로 인식하고 있었던 매리너스 동료들은 이치로도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치로의 배팅 스타일이 이기적이라는 벨트레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기록으로 평가했을 때, 이치로의 세부기록 상당부분은 이치로가 팀 플레이보다는 ‘안타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선수를 성적하락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을 근거로 비난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성적이 좋은 선수를 플레이 스타일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 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팀에게 더 가치 있는 선수는 성적이 좋은 선수이지 팀플레이를 잘하지만 성적이 나쁜 선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한층 더 이기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이치로는 MVP 9위,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 올스타 시즌을 보냈습니다. 반면, 팀 플레이를 주장한 두 선수 중, 이번 시즌 1340만불의 연봉을 수령한 벨트레는 타율 265, 출루율 304, 44타점을 기록했고, 연봉 1225만불을 받은 실바는 단 6게임에 선발출장하여 1승 3패 방어율 8,6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습니다.